개도국 질병퇴치 전도사 개도국 빈곤퇴치 이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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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동양계 세계은행 총재 김용 美다트머스大 총장

아시아계 첫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의 기록을 세운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53)이 또다시 동양인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세계은행 설립 이후 60년 가까이를 미국인 가운데서도 백인들이 차지해온 총재 자리에 김 총장이 ‘깜짝 지명’된 것은 최근 미국 독식 관례에 대한 신흥국의 반발을 무마할 인물로 평가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총장이 ‘행동하는 학자’로 명성을 떨치면서 에이즈(AIDS)와 결핵 등의 퇴치에 헌신해온 것도 개발도상국 경제원조를 주요 임무로 하는 세계은행의 취지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총재 유력 후보로 꼽혔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김 총장을 가장 먼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또한 김 총장 지명에 힘을 보탰다.

○ “행동하는 학자”

김 총장은 1959년 한국에서 태어나 5세 때 부모를 따라 아이오와에 이민을 갔다. 아버지는 치과의사다. 12세 때 시민권을 취득하고 아이비리그 명문 브라운대 학부를 졸업했다. 1991년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를, 93년에 인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천재 장학금’이라 불리는 ‘맥아더 펠로 상’을 받았으며,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으로 근무하다가 2009년 다트머스대 총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직접 개발도상국을 찾아다니며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퇴치를 주도한 ‘행동하는 학자’로 평가받았다. 1990년 중반 페루에서 약품 내성이 있는 결핵 퇴치를 위한 치료 활동을 벌였으며 2004년부터 2년간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에이즈 국장을 맡으면서 적극적인 에이즈환자 치료 활동을 펼쳐 큰 성과를 거뒀다. 당시 30만 명 정도에 머물던 개도국 에이즈 치료자 수를 130만 명으로 확대해 ‘에이즈 퇴치 전도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2005년 ‘US뉴스 & 월드리포트’가 꼽은 ‘미국의 주요 지도자 25인’, 2006년 타임의 ‘세계를 변화시킨 100인’ 등에 선정됐다. 동아일보가 2010년 선정한 ‘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에도 선정됐다.

김 총장은 빈민층 의료 지원 및 구호활동 성과로 인해 2009년엔 오바마 행정부의 에이즈 조정관(대사 직급) 후보로 거론됐다. 김 총장의 총재직 선출은 다음 달 20일로 예정된 세계은행이사회(이사 25명)에서 김 총장이 직접 출석한 가운데 공식적으로 확정된다.

○ 빈곤국 경제 지원 최적임자

올 2월 로버트 졸릭 현 세계은행 총재가 6월 말 총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이후 차기 총재직을 놓고 하마평과 논란이 계속돼 왔다. 특히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창설된 이후 세계은행은 미국이, IMF는 유럽이 각각 총재직을 맡는 것이 관례로 굳어져 오면서 이에 대한 신흥국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21일엔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재무장관 등이 차기 총재 후보로 등록하고 중국,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들이 지원 의사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후보 마감일인 23일 김 총재 지명을 발표했다.

세계은행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가의 국영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 개발도상국에 낮은 이자를 받고 융자를 해주고 여기서 발생한 이자 수익으로 빈곤국에게 저금리 혹은 무이자로 자금을 지원한다.

세계은행은 국제개발협회(IDA), 국제금융공사(IFC),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ICSID) 등과 함께 세계은행그룹으로 구성돼 있으며 세계은행 총재가 이 기구들의 총재직을 겸임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은행에 1955년에 가입했고 1985년 10월 제40차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한 바 있다. 현재 세계은행의 가입국가는 총 187개국이며 직원 수는 1만 명이 넘는다. 본부는 워싱턴에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김용#세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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