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 기간 ‘제 무덤’ 판 보시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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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 시 당서기의 낙마는 근본적으로는 중국 공산당 내 좌우파 간 힘겨루기가 반영된 결과지만 그가 중국 최고지도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행동하다 ‘괘씸죄’에 걸린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홍콩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전날 공산당 중앙당이 발표한 보 서기의 해임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공산당 최고위층의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해임 발표는 15일 오전에 나왔다.

당시 해임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결정적 이유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분노 때문이었다. 후 주석은 ‘왕리쥔 사건’ 초기부터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누구도 이 문제에 관해 개인 의견을 함부로 말하지 못하도록 단속했다. 하지만 양회 기간이었던 5일 황치판(黃奇帆) 충칭 시장이 홍콩 펑황TV에 나와 왕리쥔(王立軍) 충칭 시 전 부시장의 미국 망명 시도설을 인정한 데다 자신들이 이 과정에서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애썼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자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자숙해야 할 보 전 서기는 거듭 자신의 극좌적인 ‘충칭 모델’을 선전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양회 기간이던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왕리쥔 사건’을 언급했다.

홍콩 밍(明)보는 당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원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보 전 서기와 충칭 시 정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최고지도부의 이 같은 감정과 합의 결과를 반영해 한 자 한 자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도부는 충칭 시의 동요를 막기 위해 15일 오전 2시경 후임 장더장(張德江) 부총리를 충칭에 급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총리는 보 전 서기의 해임이 발표된 15일 오전 10시에 중국의 인사를 총괄하는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을 옆자리에 앉힌 채 충칭 시 당정군 지도부 회의를 열고 ‘안정’을 강조했다.

보 전 서기의 미래에 대해서는 ‘조용한 은퇴’가 예상되고 있다. 다만 야저우(亞洲)주간은 왕 전 부시장이 ‘감청광(監聽狂)’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왕 전 부시장은 보 전 서기 개인과 가족의 비밀이 담긴 대화를 상당량 녹음해 뒀다고 한다. 당국 조사 과정에서 감청자료가 공개되면 보 전 서기에게 마지막 일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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