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들 “이력서 NO”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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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넘쳐 독특한 채용방식 개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골든게이트브리지(금문교) 길이만큼 1센트짜리 동전을 줄지어 세우려면 몇 개가 필요할까.’

이 질문은 미 뉴스코퍼레이션 계열의 미디어 및 게임업체인 IGN엔터테인먼트 입사시험 문제다. 이 회사의 독특한 채용과정인 6주간의 ‘코드 푸(Code Foo)’ 챌린저 프로그램에 참가한 지원자들은 해답을 내놓아야 다음 단계 관문에 도전할 수 있다.

이 회사가 묻고 싶은 것은 지원자가 골든게이트브리지의 실제 길이와 같은 박학다식한 상식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다. 황당한 문제에 직면해서 어떻게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처해 나가는지를 보기 위한 사고(思考) 능력 테스트다. 이 회사는 지원자들의 이력서는 아예 받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 회사처럼 아예 이력서를 받지 않고 각자 개발한 독특한 채용프로그램으로 지원자를 심사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전했다. 이유는 취업난 때문에 이력서들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들어서 이력서 내용과 인터뷰만으로는 몰려드는 구직자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털회사인 유니온스퀘어벤처스는 이력서 대신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본인이 가입한 사이트 주소를 내도록 하고 있다. 지원자가 웹에서 하는 활동을 살펴보면 취향이나 생각 등을 이력서보다 훨씬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적네트워크 구축 사이트인 ‘링크드인’ 활동 기록으로 인간관계를 파악하고 여행 맛집 음식 영화 즐겨찾기 공유사이트인 ‘딜리셔스’로 지원자의 취향을 알아보는 식이다.

반면 최첨단 채용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구글은 의외로 이력서를 여전히 받고 있다. 지난해 7000명을 채용하는 데 200만 장이 넘는 이력서가 들어왔다고 한다. 이 회사의 채용담당 책임자인 토드 카리슬 씨는 “우리는 수백 명의 채용 실무자를 둬 이력서 한 장 한 장을 모두 읽고 있다. 다만 다른 회사와 들여다보는 항목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학력이나 배경보다는 사회봉사활동과 학교에서의 과외활동, 그리고 전 직장에서의 활약상을 주로 점검한다고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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