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실체 드러난 中지방정부 불법사설 ‘흑감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베이징에 비리고발 주민 납치… 썩은 채소 먹이고 맨땅에 재워

11일 중국 베이징 펑타이 구에 있는 흑감옥(불법 사설 감옥)에 갇혀 있던 후난 성 출신 노인들이 쇠창살 사이로 외부에 있는 취재진과 인권단체 회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의소리(VOA)
11일 중국 베이징 펑타이 구에 있는 흑감옥(불법 사설 감옥)에 갇혀 있던 후난 성 출신 노인들이 쇠창살 사이로 외부에 있는 취재진과 인권단체 회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의소리(VOA)
중국의 악명 높은 ‘흑(黑)감옥’ 실태가 언론에 공개됐다. 흑감옥은 불법 사설 감옥으로 주로 지방정부의 관리들이 상팡(上訪·수도에 올라가 억울함을 호소) 활동을 벌이는 주민들을 납치해 가둬 놓는 곳이다.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은 베이징(北京) 펑타이(豊臺) 구에 있는 흑감옥 한 곳의 수용 실태를 17일 보도했다. 창문이 굵은 쇠창살로 막혀 있는 이곳에는 50대 훙(洪)모 씨와 70대 천(陳)모 씨 등 여성 2명과 82세의 궁(공)모 씨 등 3명이 갇혀 있었다.

이들은 지방정부의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후난(湖南) 성에서 올라왔다가 각각 괴한에게 납치돼 길게는 40일 이상 흑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았다. 관리인들은 시장에 버려진 썩은 채소를 삶아서 식사로 내줬으며 그마저도 며칠씩 끊길 때가 있어서 물만 마시고 살아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훙 씨는 “당뇨병이 있는 데다 감기마저 심하게 들어 약을 사오게 잠깐 나가게 해달라고 했더니 그들이 마구 두들겨 팼다”고 전했다. 이들은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침대도 없이 맨바닥에서 잠을 자야 했다.국제정세

이번 흑감옥 취재는 11일 베이징의 인권단체 주선으로 이뤄졌으며 갇혀 있는 사람들은 모두 구조됐다. 관리인들은 기자들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들이닥치자 놀라 달아났다. 현장에 함께 도착한 경찰들도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자 사라져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부 당국에 조사를 요구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한다.

이날 현장 취재는 중국 언론사 기자들도 함께했지만 아직 관련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인 ‘중국인권보호’에 따르면 2010년에만 최소 2600여 명이 흑감옥에 투옥됐다. 중국 내 흑감옥은 수백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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