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만 알고 우린 몰랐던… ‘제6의 맛’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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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의대 ‘지방맛’ 발견“비만 체형일수록 맛에 둔해”

일반적으로 우리의 혀가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등 4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1997년 발견된 화학조미료 맛인 ‘우마미(旨味·감칠맛)’까지 더해 총 5가지로 치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의대 연구진이 ‘제6의 맛’을 찾아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5일 보도했다. 다름 아닌 ‘지방맛’이다.

‘지방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혀에 들어 있는 ‘CD(Cluster of Differentiation)36’이란 수용체 덕분이다. 수용체란 구체적인 맛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로 각각의 수용체마다 맛의 종류가 다르다.

연구진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으로 비만인 성인 21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한 컵에는 미량의 지방을 넣고 또 다른 한 컵에는 지방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지방이 아닌 물질을 넣은 뒤 두 컵 중에서 실제 지방이 든 컵을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실험은 어둠 속에서 코를 가린 채 실시됐다. 맛을 느끼는 데는 기본 미각 외에 후각, 촉각, 온도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의 일부다.

실험 결과 CD36이 보통 사람보다 많은 사람은 미량의 지방이 들어 있는 컵을 정확히 골라냈다. 연구진은 CD36을 다른 사람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지방맛’에 민감하게 반응해 지방을 조금만 섭취해도 금방 싫증을 내 섭취를 멈추지만 덜 가진 사람들은 지방맛을 잘 느끼지 못해 남들보다 더 많은 양의 지방을 섭취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중 CD36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절반 이하 적게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무려 8배나 지방맛에 민감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야니나 페피노 박사는 “비만인 사람일수록 CD36 수용체를 덜 갖고 있어 지방맛에 둔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실험 결과를 활용하면 비만 조절과 비만을 억제하는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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