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9명 탄 伊유람선 지중해서 좌초… 타이타닉 100년 만에 영화 같은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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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금요일… 3명 사망 17명 실종
한국인 신혼부부 객실 고립 26시간만에 구조

《 타이타닉호의 악몽이 100년 만에 재현될 뻔했다. 이탈리아 서쪽 연안에서 13일 초호화 유람선 콩코르디아호가 좌초하며 선체의 절반이 물에 가라앉았다. 승객들은 1912년 북대서양에 가라앉았던 타이타닉호 참사를 떠올리며 바다로 뛰어드는 등 아비규환을 이뤘다. 승선자 4229명 가운데 3명이 숨지고 17명이 실종됐는데 한국인 승객 35명은 무사히 구조됐다. 》

승객과 승무원 4229명을 태우고 지중해 관광에 나섰던 이탈리아의 코스타크루즈 소속 초대형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13일 오후 10시(현지 시간) 이탈리아 서해안 티레니아 해 토스카나 제도에 딸린 질리오 섬 연안에서 암초와 충돌한 뒤 좌초돼 전복됐다.

이 사고로 프랑스인 관광객 2명과 페루 국적 승무원 1명 등 3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2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출항한 이 배는 13일 오후 7시 반 이탈리아 치비타베키아를 떠났다. 이탈리아인 1000여 명, 독일인 500여 명, 프랑스인 160여 명 등 모두 3206명의 관광객이 타고 있었다. 실종자는 15일 오전 현재 17명이다.

[채널A 영상]구조된 한국인 신혼부부 “호루라기 불며…”

이 배에는 한국인 관광객 35명(뉴질랜드 국적 1명 포함)과 한국인 승무원 2명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모두 구조돼 사보나 항구와 로마 인근의 호텔에 머물고 있다. 신혼여행 중이던 한기덕 정혜진 씨(29) 부부는 사고가 난 지 26시간이 지난 15일 0시 30분경 객실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다. 구조대는 반 이상 물에 잠긴 선체의 선실 문을 하나씩 두드리며 수색작업을 하던 중 “도와 달라”는 한 씨 부부의 목소리를 듣고 1시간 30분 동안 구조작업을 벌여 구조했다. 한 씨 부부는 로마에서 본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잠이 깊에 들었는데 배가 약간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고 사고가 났다는 건 늦게 알았다. 객실에서 나가 보니 주변이 암흑같이 어두웠고 배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인 승객 가운데 23명의 객실 예약을 대행한 여행사 크루즈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들은 13일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 스페인을 거치는 7박 8일 상품을 구매했다. 상품 가격은 객실 등급에 따라 1인당 400∼1400달러 수준이다.

콩코르디아호는 현재 수심 65피트(약 20m)의 바다에 90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로 선체의 반이 물에 잠겨 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 씨(52)는 모든 승객이 대피하기 전에 배를 떠났다. 승객 김철수 씨(49·회사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안내방송에서 비상탈출 훈련이라고 해서 카드키만 달랑 들고 나왔다”며 “승객들보다 먼저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하는 승무원들이 적지 않아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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