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지금]“70%까지 할인” 佛쇼핑가 광란의 겨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프랑스인은 1년에 두 번 미친다.’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열리는 ‘솔드(soldes)’라는 이름의 대(大)바겐세일이 11일 프랑스 전역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평소에 사고 싶었던 물건들, 특히 고가의 명품을 점찍어 놓고 수개월씩 눈독을 들여온 파리지앵들은 이날 두꺼운 점퍼를 챙겨 입고 백화점 개장 시간에 앞서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파리의 양대 백화점인 프랭탕과 라파예트 앞에는 개장 시간 전부터 대로변에 수십 m 이상 줄이 이어졌다. 프랑수아 바루앵 재무장관과 프레데리크 르페브르 상무장관이 백화점 개장 테이프를 끊자 입장을 기다리던 쇼핑객들 사이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중국과 중동의 큰손 관광객들부터 검소하기로 유명한 파리지앵들까지 구별이 없었다. 열혈 쇼핑객들은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점찍어 둔 매장을 향해 달렸다.

2월 14일까지 이어지는 솔드 기간에는 최소 30%에서 70%까지의 할인이 이뤄진다. 관광객이 넘치는 샹젤리제대로와 오페라하우스에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오페라대로 주변의 수백 개 매장에는 할인율을 알리는 포스터와 ‘미친 가격’ 등의 문구가 쓰인 안내문이 곳곳에 나붙었다.

피에르 펠라레 프랭탕 백화점 총지배인은 “첫날 방문객이 23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프랑스 언론들은 솔드 첫날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전국 평균 10%, 파리는 17%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도했다. 인터넷 의류판매업체 ‘브랑달레’도 “평균 구매액이 90유로로 20%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솔드 기간에 쇼핑을 하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지난해 85%에서 76%로 낮아졌다. 평균 예상 쇼핑액도 244유로(약 36만 원)로 7유로 줄었다. 경제 위기의 찬바람 속에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정부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이에 따라 르페브르 장관은 전국의 시장들에게 “일요일에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