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이란산 석유 금수조치’ 잠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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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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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를 놓고 지구촌 국가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이란 제재 방안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이란산 원유 주요 수입국들의 고민은 본격화됐다. 이 법은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경제 주체는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도록 했다. 이란 중앙은행이 석유 수출 대금을 처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나 다름없다.

○ EU 등 금수 참여국의 명분과 고민


유럽연합(EU)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핵 개발 의혹에 대한 제재를 위해 이란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를 주도해온 프랑스의 알랭 쥐페 외교장관은 “30일 EU 외교장관 회담에서 공식적인 결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4일 말했다.

EU 외교소식통들도 “이란산 석유 의존도가 높은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반대 입장을 철회함으로써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를 추진하기로 27개 EU 회원국 간에 원칙적 합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쥐페 장관은 “이란산 석유를 많이 수입해 쓰는 일부 EU 회원국에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석유의 대체 수입국이 될 수 있다. 현재 사우디와도 증산 문제를 협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의 맏형 격인 이란 석유 수입 제재를 위해 후방에서 EU를 강력히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이란의 핵 개발 계획을 포기시키기 위해 이란의 석유 생산량만큼 증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초긴축 정책으로 가뜩이나 경제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원유 공급마저 차질을 빚으면 경제에 추가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어 내 코가 석자지만 명분을 뿌리칠 수도 없는 처지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는 유럽이 결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란 제재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EU의 이란 석유 금수조치가 공식적으로 결정돼도 미국이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법을 적용할 방침이어서 실제 금수조치는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 등은 예외 인정 요청


한국 일본 터키 등은 제재법에 있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미국에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외조항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면제(waiver)’고, 나머지는 ‘예외(exception)’다. 면제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할 때, 혹은 미국과 구체적인 협력을 해왔거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에 한해서 120일간 적용을 유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외’는 법이 발효된 뒤 90일 이내에 해당 국가가 이란산 석유 수입의 상당량을 감축한다고 결정하면 180일 정도 석유 분야에 한해서만 인정해 준다는 내용이다. 유예 및 면제기간은 갱신이 가능하다.

한국은 면제와 예외 두 가지를 모두 좇는 ‘투 트랙’ 접근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안보와 관련해 면제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란산 석유 수입량을 점차적으로 줄여 예외를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약 9.6%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란에 대한 연간 수출입 규모는 163억 달러 수준이다.

‘이란 제재 대응을 위한 정부 대책반’의 한 관계자는 “일본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이란산 석유수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예외 대신 면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면제가 비석유 분야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포괄적이지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조건이 다소 추상적이며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어려워 받아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도 면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이란산 원유의 대량 구매처인 수입업체 터프라스를 금수 대상 업체에서 제외해 달라는 게 핵심이다. 하루 약 34만1000배럴의 이란산 석유를 들여오는 일본도 면제 또는 예외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산 석유 수입량을 줄이고 다른 산유국으로 공급처를 바꾸는 나라에 한해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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