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선 전초전… 초조한 푸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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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서 집권당 과반 턱걸이 예상
선거법 위반-野언론 훼방 논란도

러시아 두마(하원) 의원 450명을 선출하는 총선이 4일(현지 시간)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3선 연임 금지 헌법조항 때문에 3년 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올 9월 차기 대선후보로 추대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내년 대선(3월 4일) 전초전에 해당한다.

하지만 상황은 푸틴 총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은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이번 선거에서 53%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2007년 총선 당시 득표율인 64.3%와 비교해보면 지나치게 힘이 빠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3일 분석했다. 초조함을 느낀 푸틴 총리와 그의 측근들은 선거감시기구 탄압 등 잇따른 무리수를 두고 있다.

영국 BBC는 4일 독립 선거 감시기구인 ‘골로스’(목소리 또는 투표라는 뜻)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5300여 건에 이르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런 활동을 껄끄럽게 여기는 러시아 당국은 골로스 사무실을 수색하고, 단체 대표인 릴리야 시바노바 씨를 모스크바 공항에서 노트북 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몇 시간 동안 억류하기도 했다.

낯설지 않은 꼼수도 등장했다. 투표가 시작된 4일 반정부 성향이 강한 모스크바의 라디오 방송 ‘예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와 야당 성향의 신문인 코메르산트 등의 사이트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았다고 인테르팍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달래기 작업도 등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통합러시아당은 1일 전통적 지지 기반인 군부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소에 가기 전 병사들에게 즐거운 음악을 틀어주고 기념 식사를 제공하면서 국영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한편 푸틴의 총리 업무수행 지지도는 1년 전 79%에서 최근 61%로 떨어졌다.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수치를 향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파워 블로거인 올레크 코지레프 씨는 “이번 선거에서 통합러시아당이 우세하겠지만 분노한 시위대가 거리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아직 불만의 한계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장기집권을 꿈꾸는 푸틴 총리가 ‘포템킨 인기’에 빠진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제정 러시아 시절인 1905년 수병들에게 썩은 고기를 제공해 선상반란을 초래했던 전함 포템킨처럼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은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총리의 대선 승리가 겉보기와는 달리 불투명하다는 비유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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