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광고 유인 연쇄살인’ 겁에 질린 美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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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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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40~50대 남성 표적… 3명 총격 사망-1명 부상50대-고교생 용의자 체포

용의자 리처드 비슬리(왼쪽)와 브로건 래퍼티.
용의자 리처드 비슬리(왼쪽)와 브로건 래퍼티.
‘오하이오 동북부에 있는 가축농장을 관리해줄 나이든 독신 이혼남을 구합니다.’

얼마 전 미국판 온라인 ‘벼룩시장’인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에 올라온 구인광고다. 크레이그스리스트는 미국 내 사용자만 5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 있는 온라인 광고 사이트.

하지만 광고와 달리 이 농장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광고를 보고 연락한 남성 세 명은 최근 살해된 채 발견됐다. 낚시성 허위 광고를 이용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전역은 ‘크레이그스리스트 공포’에 떨고 있다.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으며 현재 두 명의 용의자를 구금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광고 때문에 숨지거나 부상당한 사람은 모두 네 명. 희생자들은 모두 총격을 받았고,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무직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광고를 보고 13일 집을 나간 뒤 실종된 티머시 컨 씨(47)는 25일 오하이오 동북부 애크런 시 인근 숲에서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컨 씨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좋지만 이상한 일자리를 제안 받았다. 275만1862m² 규모의 농장을 그냥 지키기만 하는 건데 집과 부대시설뿐만 아니라 월급도 준다. 단점이라면 휴대전화를 쓰면 안 되고 애들도 여기서 키울 수 없다는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혼한 컨 씨는 혼자서 자녀 세 명을 키우고 있었다.

컨 씨의 시신이 발견된 날 애크런 시 남쪽 노블 카운티에서도 같은 광고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백인 남성의 시체가 발견됐다. 이에 앞서 15일 애크런 시에서 남쪽으로 145km 떨어진 곳에서 데이비드 폴리 씨(51)도 같은 광고를 보고 집을 나간 뒤 살해된 채 발견됐다. 6일에는 스콧 데이비스 씨(48)가 같은 광고를 보고 연락한 두 명의 남성을 만나 면접을 받다가 팔에 총을 맞은 뒤 탈출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애크런 시에 거주하는 남성 두 명을 구금했다. 한 명은 리처드 비슬리(52)로 마약 거래와 성매매 등의 혐의로 여러 차례 체포된 적이 있다. 또 다른 용의자는 고교생인 브로건 래퍼티(16)로 공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에도 크레이그스리스트는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악명이 높았다. 올해 초엔 이 사이트를 통해 남자 고객들과 접촉해온 20대 매춘여성 4명의 시체가 뉴욕 롱아일랜드 해변 모래언덕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2009년엔 뉴욕의 한 여성 마사지사가 이 사이트를 통해 만난 보스턴의 한 의대생에게 살해된 적이 있으며 2010년에는 다이아몬드 판매 광고를 한 남성이 물건을 사겠다고 연락한 사람에게 살해당했다. 각종 성매매 광고들이 게재되며 성매매를 알선한다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던 크레이그스리스트는 지난해 성범죄 사건까지 빈발하자 성인 게시물란을 삭제한 바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크레이그스리스트 ::


미국 출생의 기업인 크레이그 뉴마크가 1995년 설립한 온라인 생활정보 사이트.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다. 각종 구인구직과 상품 매매 광고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정보가 교류되고 있다. 설립 초기 샌프란시스코 지역 내 행사 정보를 실으며 시작된 이 사이트는 현재 50여 개국에서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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