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사망 28개월, 수갑 찬 주치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9일 03시 00분


배심원단 “과실치사” 유죄 평결… 29일 선고공판잭슨에 月 480만달러 보수 요구했던 전력 등 영향 끼쳐

팝스타 마이클 잭슨(사진)의 주치의 콘래드 머리 박사(58)에게 7일(현지 시간) 과실치사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2009년 6월 25일 잭슨이 약물 과다로 사망한 지 2년 4개월여 만이다. 9월 27일 시작돼 50명이 증언한 6주간의 공판 끝에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내놓은 평결이다.

이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법정 주위에는 평결에 기뻐하는 팬들이 ‘빗 잇(Beat It)’ ‘아이 원트 유 백(I want you back)’ 등 잭슨의 히트곡에 맞춰 춤을 추며 ‘정의’라는 구호를 외쳤다. 공교롭게도 이날 판결이 내려진 법정은 잭슨이 2005년 아동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받았던 곳이다. 평결 직후 머리 박사는 손에 수갑이 채워진 뒤 구치소에 수감됐다. 살인범이 아닌 과실치사범에게는 이례적 조치였다. 머리 박사의 의사면허도 자동으로 정지됐다. 형량을 결정하는 선고 공판은 29일 열린다.

○ 잭슨의 마지막 날 무슨 일 있었나…의사윤리 논쟁


잭슨이 불면증 치료를 위해 과다 투여된 마취제 때문에 사망한 사실은 사망 2개월 후 밝혀졌다. 이미 공식 사인이 밝혀진 상태에서 진행된 이번 공판의 쟁점은 의사의 윤리 문제에 모아졌다. 환자의 요구로 강력한 약물을 투여하면서 결정적 순간에 환자를 돌보지 않은 것이 유죄에 해당하느냐는 것이다.

그의 사망 전 6주간 불면증을 치료해온 머리 박사는 매일 밤 프로포폴 정맥주사 50mg을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측은 △머리 박사가 체온 심장박동 등 의료기록을 단 한 장도 남기지 않았고 △진정제 투여 후 아이폰으로 환자의 음성을 녹음하면서도 잭슨의 상태를 모니터하지 않았으며 △호흡 정지 뒤 즉시 응급차를 부르지 않았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평결은 강력한 약물에 의존하는 환자를 단순히 돕는 부도덕하고 부패한 의사에 대한 경종”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사망 당일 잭슨은 머리 박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직접 치사량의 프로포폴을 추가로 투약했다고 주장했다. 불면증에 시달린 잭슨은 평소 프로포폴을 ‘밀크’라고 부르며 투약을 애원해왔다. 게다가 그는 다른 약물에도 중독된 상태였다. 변호인단은 “잭슨이 콘서트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거란 걱정에 점점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법정 공방 과정에서 “나를 그냥 자게 해줘.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상관없어”라는 잭슨의 사망 당일 오전 음성도 공개됐다.

○ 머리 박사의 이중성 보도


중앙아메리카 그레나다에서 출생한 머리 박사는 텍사스 서던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흉부외과 심장 전문의다. 아버지를 따라 저소득층 환자들을 진료했던 그는 좋은 평판을 유지했다. 그의 인생은 2006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우연히 잭슨을 만나며 달라졌다. 잭슨의 자녀 중 한 명을 진료한 뒤 머리 박사는 2009년 5월 잭슨의 런던 컴백쇼를 돕기 위한 주치의로 고용됐다. 당시 고급주택과 이혼수당, 병원 시설비 등으로 75만 달러(약 8억4000만 원)의 빚을 졌던 머리 박사에게 월 16만 달러의 보수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검찰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검찰 측은 머리 박사를 돈이 궁해 무슨 일이든 하는 부도덕한 의사로 묘사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머리 박사는 처음에는 월 480만 달러의 보수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16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또 2007, 2009년 두 차례나 자녀들에게 양육비를 지불하지 않아 수감된 점도 배심원에게 그가 책임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상을 남겼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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