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없으니 행복” 트리폴리 축제같은 기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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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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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기자
유재동 기자
리비아 혁명의 성지가 된 트리폴리 시내 순교자광장(옛 그린광장). 31일 아침 동이 트자마자 이슬람식 복장을 한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매년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이 끝난 뒤 여는 대규모 기도회가 이날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행사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몰락 직후 열리는 최대 규모의 기도회로서 의미가 더욱 특별했다. 오전 7시경이 되자 광장은 일부 가장자리를 제외하면 모두 들어찼다. 이날 모인 인원은 대략 2만 명 정도로 추산됐다.

치과의사를 하는 타리크 무함마드 씨(32)는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광장에 왔다”며 “지금 트리폴리에 수도나 전기는 끊겼지만 카다피가 없으니 정말 행복하다”며 “조국 리비아의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도회엔 여성과 어린이, 가족 단위 시민들도 많이 보였다. 트리폴리에 산다는 마나니 함무다 씨(42·여)는 각각 18세, 11세짜리 두 딸을 데리고 광장에 왔다. 그는 “알라와 혁명을 위해, 또 국가의 재건을 위해 알라에게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카다피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냐”고 묻자 단호하게 “하루빨리 잡혀서 그동안 저지른 범죄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큰딸 하자르 양이 끼어들며 “(카다피는) 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세 모녀는 인터뷰를 마친 뒤 광장 뒤편에 모인 다른 여성들과 합류했다. 이슬람식 기도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기도 공간이 엄격하게 분리된다.

혁명을 성공시킨 시민들은 기도회 중간에 여러 차례 두 팔을 높이 들어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만들어 보이며 기쁨을 나눴다. 군중의 큰 함성이 수초간 이어질 때도 많았다. 평소 숙연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기도회라기보다 시민혁명 축하행사 같았다. 7시 50분경 이맘(이슬람 성직자)의 기도가 시작되자 2만여 명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은 뒤 절을 올렸다. “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이들의 기도문이 광장 너머까지 널리 울려 퍼졌다.

기도회는 삼엄한 경계 속에 진행됐다. 기자가 묵는 호텔에서 광장까지는 불과 도보로 10분 거리였지만 중간에 5차례 이상 검문을 거쳐야 했다. 총을 든 반카다피군은 사람들의 가방을 모두 열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스캐너 장비까지 동원해 일일이 몸수색을 했다. 혹시나 있을 카다피 정부군의 테러 가능성 때문이었다. 광장 옆 박물관 건물의 옥상에도 반군들이 올라가 망원경 등을 이용해 광장의 동태를 살폈다. 다행히 별다른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기도회가 끝난 뒤 반군들은 다시 한 번 하늘을 향해 축포를 쏘아댔다.

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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