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카다피 몰락 일등공신은 이중스파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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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위대 등 정부군 곳곳에 포진… 반군에 정보제공 전세역전 공헌

리비아 정부군에서 활동하면서 비밀리에 반군을 지원하는 ‘이중 스파이(double agent)’들의 활약이 카다피 정권의 몰락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WSJ는 지난 20년 동안 카다피 국가원수의 친위대에서 복무하며 개인 경호 업무를 총괄해온 마흐무드 벤 주마 장교가 반군 세력을 조직하고 연락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임무를 비밀리에 수행해 왔다고 밝혔다.

이집트 시민혁명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젊은층과 시민들이 주축이 됐다. 하지만 리비아에서는 정부군 사정에 밝은 벤 주마 장교 같은 군인들이 이중 스파이로 활약하며 반군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사상자를 내고 독재정권을 타도할 수 있었다는 것. 벤 주마 장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정권에서 가장 폭압적인 기관의 책임자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반군 미행과 체포 명령을 내리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다피 독재에 환멸을 느낀 그는 2월에는 반군 지도부와 협력하며 20여 개 구역별 세력을 규합해 정부군 공격 계획을 수립하고 과도국가위원회(NTC)와 연락체계를 구축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벤 주마 장교는 정부 측 보안 책임자로 반군 도청과 미행으로 얻은 정보를 역으로 반군에게 알려줘 반군이 정부군보다 한발 앞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가 정부군의 반군 색출 일정을 미리 알려줘 반군은 발각 위기를 수차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달 초 그의 이중 스파이 역할은 발각됐으며 정부군이 그의 집에 들이닥치기 직전에 가까스로 도피에 성공했다. 그는 가족들을 튀니지로 도피시켰으며 자신은 리비아에 남아 숨어 지내다가 반군의 트리폴리 장악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벤 주마 장교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나처럼 정부군에서 활동하며 얻은 정보를 반군에게 알려주는 이중 스파이가 리비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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