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대통령 10명 모신 前 백악관 직원 사망… 아무도 그를 돌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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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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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병 사망 후 이틀지나 발견

시어도릭 제임스 씨(왼쪽)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 부부와 포즈를 취했다.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
시어도릭 제임스 씨(왼쪽)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 부부와 포즈를 취했다.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
1일 미국 워싱턴DC 허름한 주택에서 한 노인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어도릭 제임스라는 이름의 71세의 노인은 최근 섭씨 45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열사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신은 주민의 신고로 사망 이틀 후에야 발견됐다. 소방대원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집 안은 쥐들이 돌아다닐 정도로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 물과 전기는 끊어진 지 오래였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독거노인의 쓸쓸한 죽음이었다.

14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제임스 씨는 지난 50년 동안 미국 대통령의 책상에 오르는 서류들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백악관 직원이었다. 1960년대 초 존 F 케네디 대통령에서부터 2000년대 말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0명의 대통령을 보좌했다. 워터게이트, 베트남전, 이란콘트라, 9·11테러 등 미국 역사의 주요 사건에 관련된 메모, 편지, 법안, 인준 서류 등이 그의 손을 거쳐 대통령 책상에 전달됐다. 그는 백악관 산하 기록관리국(ORM)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분류 섹션(classification section)의 책임자까지 올랐으며 기밀서류 취급 허가권도 갖고 있었다. 전직 동료들은 그를 “대통령에게나 청소부에게나 똑같이 깍듯하게 예의를 지켰던 훌륭한 성품의 소유자”라고 기억했다.

그러나 2006년부터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업무에 소홀해지기 시작했고 2009년 백악관의 권유로 사직했다. 정신질환은 점점 심해졌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그를 돌봐줄 사람은 없었다. 그는 사회복지사들의 도움도 거절했다. 미시시피에 사는 형제들은 당국에 수십 차례 편지를 보내 의료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담당 부서로부터 ‘본인 동의가 없으면 의료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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