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지금]美여야 ‘부채법안’ 찬반표결… 승자도, 패자도, 몸싸움도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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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을 12시간 앞둔 2일 낮 12시 워싱턴의 의사당 2층 상원 본회의장.

전날 하원에서 찬성 269표 반대 161표로 통과된 부채한도 증액안을 놓고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막바지 찬반토론을 벌였다. 당초 낮 12시로 예정됐던 표결은 의원 10여 명의 열띤 토론이 이어지면서 15분 늦게 시작됐다. 초당적인 합의를 토대로 상정된 법안이었지만 2시간 이상 이어진 토론에서 의원들은 한 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토론이 끝나자 의장석에서 의원들의 이름을 알파벳순으로 호명했다. 의원들은 자신의 이름이 스피커에서 나오면 의장석 앞에 다가갔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 스피커에선 해당 의원의 이름과 함께 ‘아이(Aye·Yes의 뜻)’라는 말이 울려 퍼졌다.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면 ‘노(No)’라는 방송이 나왔다. 법안에 반대했다는 뜻이다. 상원은 표결을 수신호로 하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최첨단 정보화시대에도 본회의장에는 전광판이나 전자투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의회속기사는 목에 타이프라이터를 건 채 발언하는 의원 앞에 서서 속기를 했다.

투표시간이 흐를수록 스피커에선 ‘아이’라는 소리가 많이 들렸다.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어떤 언쟁이나 몸싸움도 없었다.

투표가 시작된 지 30분이 지난 낮 12시 45분. 의장석에서 ‘찬성 74표, 반대 26표’라는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공화당 의원 19명과 민주당 5명, 무소속 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본회의장에선 함성도 없었고 탄식도 들리지 않았다.

이어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중앙에 마련된 자리에서 소감을 밝힌 뒤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했다. 수개월 동안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미국의 부채협상 드라마는 이렇게 끝났다. 승자와 패자는 따로 없었다. 협상과 토론과정은 때론 거칠기도 했지만 표결 결과에 대해선 어떤 충돌도 없이 깨끗이 승복했다. 3층에 마련된 500여 석의 좌석에는 단체관람을 온 학생과 아이 손을 붙잡고 나온 가족들도 많았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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