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적막한 지진폐허 깨우는 스포츠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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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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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다이서 프로야구 ‘특별 올스타전’… 아사다 마오-안도 미키 ‘자선 점프’
축구캠프 열고 마라톤 대회까지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일본 센다이 시에서 24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 가운데 관중석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이 ‘일본은 하나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사진 출처 아사히신문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일본 센다이 시에서 24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 가운데 관중석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이 ‘일본은 하나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사진 출처 아사히신문
올해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특별했다. 예년보다 한 경기 늘려 3차전으로 치렀고 24일 최종전에서 관중석을 가득 메운 2만1000명 중 4000명이 ‘초대 손님’이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입은 동북 3개 현의 어린이 3000명과 피해복구 자위대원 1000명이 초대장을 받은 것. 물론 3차전 장소는 피해지역인 센다이였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9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시구의 영광을 안은 피해지역 출신의 한 중학생(15)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올스타 선수대표는 선서를 통해 “야구와 함께 감동을 나누고 힘을 얻어 다 같이 내일로 전진하자”고 외쳤다. 지진해일(쓰나미)로 야구선수 아들(12)을 잃은 스즈키 씨(42)는 아들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관중석에 앉아 “네가 가장 좋아하던 와타나베(요코하마) 선수도 나왔어”라고 마음속의 아들에게 속삭였다. 관중들은 ‘일본은 하나’ ‘동일본을 응원합니다’란 펼침막을 들고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대지진과 원전사고 피해민을 위로하고 힘을 불어넣는 데 스포츠가 앞장서고 있다. 스타 선수들은 앞다퉈 피해지역을 찾는다. 동북지방이 연고지인 프로야구팀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성적이 하위권이지만 방송사는 다른 팀보다 라쿠텐 경기를 더 많이 생중계한다.

28일 고교야구 꿈의 무대인 ‘고시엔 대회’ 후쿠시마 현 예선에서 우승한 세이코가쿠인고교의 사이토 감독은 “피해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 본선에서 이겨 후쿠시마에 기쁨을 주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언론은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현 대표팀이 정해질 때마다 “피해민의 염원을 담아 최선을 다하겠다”는 선수들의 각오를 큼지막하게 전하고 있다. 고시엔 주최 측은 쓰나미로 야구팀이 붕괴된 학교들을 모아 ‘연합팀’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게 하고, ‘전입생은 1년간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의 예외를 적용해 피해지역 선수가 학교를 옮겨 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언론은 이들의 경기를 예선부터 크게 보도하면서 전국적 응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피겨스케이팅의 스타 아사다 마오와 2011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안도 미키 등은 최근 일본 각지를 돌며 ‘대지진 자선경기’를 열었다. 골프 스타 이시카와 료는 올해 상금 전액과 버디 1개당 10만 엔씩을 의연금으로 내겠다고 약속했다. 축구 선수들은 피난생활에 찌든 어린이들과 함께 공을 차며 놀아주는 등 몸으로 봉사하고 있다. 전국여자역전마라톤대회는 작년까지 기후 현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미야기 현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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