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는 아프간… 8세 여아 동원 자폭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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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병원 노려 차량테러

25일 아프가니스탄 동부에서 민간 종합병원을 노린 차량폭탄 테러로 산부인과 병동 등 병원 건물들이 무너져 최소 38명 이상이 숨지고 50여 명이 부상했다. 매몰된 사람이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희생자의 대부분은 산부인과 진료와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 기다리던 여성과 어린이들이라고 보도했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수도 카불에서 남쪽으로 75km 떨어진 로가르 주 아즈로의 종합병원을 향해 돌진해 벽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경비원들이 달려드는 차량을 발견했지만 운전자를 쏘며 저지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공격이 이뤄졌다. 이 병원은 로가르 주 주민들이 대부분 의존하는 거의 유일한 의료시설이다.

목격자들은 사방이 불바다로 변하고, 절단된 신체 일부가 곳곳에 나뒹굴었다고 전했다. 주민 압둘 라만 씨는 “아침에 일가족 7명이 병원에 갔는데 모두 숨진 것 같다”고 울먹였다.

아프간 탈레반은 “우리는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며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미 은행, 시장 등 민간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을 폭탄테러로 공격한 전력이 있고, 오사마 빈라덴 사망에 대한 보복을 다짐한 이후 막무가내식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의심을 사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달에도 수도 카불에 있는 군 병원을 자살폭탄 테러로 공격해 6명을 숨지게 했다.

스타판 데 미스투라 유엔 아프간특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진료를 받으려는 민간인을 공격한 것은 비열한 행위”라며 “병원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에 따라 엄격하게 금지된다”고 규탄했다.

한편 이날 아프간 남부 우르즈간 주 와에스발라 지역에서는 반군이 8세 여아에게 폭발물을 담은 가방을 건네주면서 경찰이 있는 곳으로 가져가게 한 뒤 폭발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아프간 내무부가 발표했다. 내무부는 “천진난만한 아이가 가방을 들고 경찰차량 쪽으로 접근하게 한 뒤 원격조종으로 폭탄을 터뜨려 무고한 어린이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경찰관이나 다른 민간인이 희생되진 않았다. 내무부는 어떤 반군 세력의 소행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이날 폭탄테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9월까지 병력 3만3000명을 아프간에서 철군하겠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발생했다. AP는 아프간 정부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안보와 치안책임을 넘겨받아 이를 제대로 행사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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