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야망 中고속철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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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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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캘리포니아 관통 1290km 사업 입찰 참여고속철 사업 ‘초고속 추진’에 곳곳 부실 구멍

19세기 중후반 중국 노동자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작은 배에 몸을 실은 채 태평양을 건넜다. 그리고 ‘꿈의 땅’이라는 캘리포니아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허덕이며 철로 굄목을 날랐다. 미 대륙횡단철도는 그렇게 ‘쿠리(苦力)’라고 불리는 중국 이주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15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이 다시 미국의 철도 건설에 뛰어들려 하고 있다. 이번엔 단순노동이 아닌 첨단의 고속철도 기술 건설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2일 상하이(上海) 철도국, 중국철도건축총공사, 중궈난처(中國南車·CSR), 철도부 산하 철도제3탐사설계원 등으로 이뤄진 중국 컨소시엄이 캘리포니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길이 1290km의 고속철도사업에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국 컨소시엄은 설계와 시공, 운영 등을 맡는 업체가 함께 참여해 수주하면 고속철도 관련 전 공정을 맡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 고속철도국은 내년 9월 말까지 사업자를 선정해 2020년에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이번 입찰에는 중국 컨소시엄 외에도 한국 일본 프랑스 스페인의 컨소시엄, 영국 버진철도 그룹, 미국 암트랙 등도 의향서를 제출했다.

중국철도건축총공사와 중국건설은행, 그리고 GE 컨소시엄은 로스앤젤레스와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를 잇는 ‘사막고속철도’의 입찰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중국업체의 미국 고속철 사업 진출 시도는 여러모로 상징성이 크다. 20세기 초반까지 10만 명 이상의 중국 쿠리들이 작은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왔으며 특히 철도 건설 과정에 많은 노동자가 고된 노동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은 이들 쿠리들의 집단 거주지에서 출발했다.

중국의 고속철도 역량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2008년 8월 1일 베이징∼톈진(天津) 구간 117km에서 처음 고속철도를 개통한 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총연장이 2010년 말 8358km에서 2011년 1만3000km, 2015년에는 1만6000km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2009년 8월 베네수엘라가 발주한 75억 달러 규모의 고속철도 공사 중 디낙∼아낙 구간을 수주했으며 이에 앞서 2009년 2월 프랑스 알스톰과 합작한 컨소시엄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를 잇는 60억 달러 규모의 고속철도 사업 중 1단계 사업(18억 달러)을 따냈다.

그러나 중국이 지나치게 빠르게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부실공사 등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우이민(周翊民) 전 철도부 부총공정사는 “중국이 ‘세계 제일’을 추구하기 위해 시속 300km밖에 낼 수 없는 외국기술을 들여와 생산한 객차로 중국 내에서는 350km 내지 380km까지 달리게 했다”고 폭로했다고 홍콩 밍(明)보가 22일 보도했다.

그는 “징진(京津·베이징∼톈진), 스타이(石太·스자좡∼타이위안) 구간에서는 최고 40cm의 노반 침하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당국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철도 전문가인 왕멍수(王夢恕) 공정원 원사는 “원래 기술에 맞지 않게 속도를 내면 안전 문제, 에너지 소비 과다, 철로 파손 등 문제가 많다”고 비난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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