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36년만에 좌파 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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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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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재수’ 장교 출신 우말라 후보 당선 사실상 확정

5일 치러진 페루 대선에서 좌파진영 오얀타 우말라 후보(48)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페루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결선투표의 개표가 약 88% 진행된 상황에서 우말라 후보가 51.3%를 득표해 48.7%를 얻은 우파 진영의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36)를 근소한 차로 제쳤다고 6일 밝혔다. 아직 개표되지 않은 지역은 우말라 후보가 우세한 농촌지역으로 그의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부녀(父女) 대통령 시대를 열려던 후지모리 가족의 꿈은 좌절됐다.

우말라 후보의 당선으로 페루는 1968∼1975년 집권한 후안 벨라스코알바라도 군사정권 이후 약 36년 만에 좌파정부를 맞이하게 된다.

우말라 후보는 육군 중령 출신으로 2005년 예편한 뒤 정치인으로 변모하면서 숱한 부침을 겪었다. 2006년 대선에서 좌파 민족주의 성향 후보로 나서면서 ‘차베스(베네수엘라 대통령)식 사회주의’를 외쳤으나 당시 중도좌파 후보였던 알란 가르시아 현 대통령에게 뒤져 2위에 그쳤다. 당시 그의 친(親)차베스적 노선은 선거운동 내내 경쟁자와 주요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며 경제성장을 차분히 이룩해온 페루 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우말라 후보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희망이 두려움을 이긴다”는 ‘룰라(전 브라질 대통령) 슬로건’을 빌려 차베스와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였다. 무상교육과 학교급식 정부지원,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복지정책 공약을 내세웠지만 “베네수엘라의 모델은 페루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우리 스스로가 페루의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교육혁명을 강조하며 가장 근본적인 것을 바꿔야만 미래가 보인다고 역설했다.

대선 기간 내내 우말라 후보를 위협했던 후지모리 후보는 5일 밤 지지자들에게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부친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페루 경제 재건을 위해 힘썼으나 연임을 노린 부정 비리와 권력남용으로 25년 징역형이 선고돼 수감된 상태. 도시에 사는 엘리트들을 지지기반으로 삼아 연 경제성장률 최소 7% 달성, 건강보험 확대, 교도소 신설, 일자리 창출 등을 역설했지만 페루인 전체를 사로잡지는 못했다.

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대선 전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말라 후보는 선거용 지지기반을 폭넓게 갖기 위해 온건해 보이는 중도정책 노선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좌파 민족주의로는 성장세를 이어온 페루 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국민이 많다는 데서 비롯된 선택이었다는 것. 라틴아메리카 경제학자들의 모임(EIULA)의 회원인 안드레아 스티글리츠 분석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선은 중도정책 성향의 인물을 고르는 과정이었다”고 분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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