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과의 전쟁’ 사망자 4만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4년 넘게 펼쳐지고 있는 멕시코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 사망자가 무려 4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마약과의 전쟁’이 수없이 전개되다 흐지부지됐지만 멕시코의 이번 마약과의 전쟁은 사상 유례없이 치열한 강도로 진행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멕시코 잡지 ‘넥소스’ 6월호는 정부가 2006년 12월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래 4년 6개월간 사망자가 4만 명을 넘어섰다는 한 치안전문가의 글을 실었다. 6개월 전 멕시코 정부가 사망자 수를 3만4600여 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최근 상황이 반영된 자료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월부터 동북부 타마울리파스 주와 중서부 두랑고 주에서 300구가 넘는 집단 암매장 시신들이 속속 발견돼 국민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사망자 4만 명 중 지난해 희생자는 1만5273명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자의 두 배가 넘는다. 멕시코가 지구상의 ‘제3의 전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사망자의 대다수가 세력다툼 과정에서 살해된 갱단 조직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군경 사망자도 2500여 명에 이르며 최근에는 죄 없는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마약조직들이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사람들을 잡아 조직원이나 몸값을 위한 인질이 될 것을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집단 살해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20세의 나이로 범죄도시의 경찰서장에 자원해 화제가 됐던 여대생 마리솔 바예스 가르시아 씨도 갱단의 살해협박에 견디다 못해 취임 4개월 만에 미국으로 야반도주했다. 그는 2일 CNN 방송에 출연해 “마약갱단들이 나와 가족,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해 무서워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털어놓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도 줄고 있다. 4월 멕시코 일간지 ‘레포르마’가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멕시코 국민의 54%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갱단이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부가 이길 것이라고 보는 국민은 25%에 그쳤다. 특히 여론 지도층의 63%가 갱단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최근 마약조직이 더욱 잔혹해지고 있는 것은 멕시코와 미국이 마약 밀수통로를 서서히 봉쇄해 줄어든 남은 통로를 놓고 갱단 사이에 필사적인 영역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를 두고 멕시코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이 성공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야당은 마약 갱단들을 궁지에 몰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약 갱단들의 무장력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멕시코 최대 마약갱단 ‘세타스’의 은신처에서 트럭을 개조해 회전 포탑까지 장착한 사제탱크가 압수됐다. 멕시코 군과 경찰은 미국에서 밀수한 각종 최신무기로 무장한 갱단과의 대결을 점점 기피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