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커피숍에서 대마초 한 대’는 이제 옛말… ‘대마초 관광’ 연내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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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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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마리화나) 흡연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네덜란드에서 ‘커피숍’은 여느 커피숍과는 의미가 다르다. 지정된 장소에서 대마를 사 피울 수 있도록 허용한 네덜란드의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적은 양의 대마를 합법적으로 구입해 피울 수 있는 장소를 말하기 때문이다.

커피숍은 다양한 대마초 종류가 메뉴판에 올라 있다. 어두울수록 눈에 띄는 붉은색과 녹색이 섞인 네온사인과 어두컴컴한 실내 분위기는 오래된 선술집을 떠올리게 한다. 그 덕분에 대마초를 맘 편히 피워보려는 관광객들에게 명물이 된 지 오래다. 벨기에 독일 등 인근 국가의 관광객뿐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 관광객들에게도 ‘대마초 관광’의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올해 말부터 점차 사라지게 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27일 자국의 커피숍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대마 판매를 금지하기로 하고 연말까지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극우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이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네덜란드 국민은 대마 구입 및 흡연이 가능하다. 그러나 커피숍 출입을 위해 1년 기한의 회원 자격을 얻어야 한다. 커피숍마다 회원은 최대 1500명을 넘길 수 없게 된다.

이날 정부 발표는 지난해 집권한 보수 연정이 공약한 ‘범죄와의 전쟁’과 ‘국민 건강 증진’ 정책에 따른 것이다. 최근 마약 관련 범죄가 늘면서 국가 이미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판단이 뒷받침됐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프랑스와 독일 판매상들이 많이 찾는 남부 지역부터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대마초 규제법은 앞으로 220개의 커피숍이 집중돼 있는 수도 암스테르담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빔 판 데르 비겐 법무부 대변인은 “이제 개방정책은 끝났다”며 “커피숍은 관광객과 내국인 회원 중 한쪽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발표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관광객에 대한 대마 규제 법률이 네덜란드의 관광산업을 고사시킬 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새 법률이 암시장 거래를 부추길 거라는 우려도 있다고 뉴욕데일리뉴스는 전했다. 법률로 규제해도 실제 대마초 근절 효과는 미미할 거라는 뜻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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