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돌아올까]
S&P 사상 최고, 내년에도 강세 전망… 한국선 1년 투자해야 양도세 혜택
“국장 못믿어, 美주식 꽉 쥐고 있을것”… “일단 차익실현” 국내 복귀 움직임도
정부가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복귀에 세제 혜택을 내놓은 뒤 ‘서학개미’들이 술렁이고 있다. 국내 증시 유인책이 나와도 미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산타랠리’를 벌이자 국내 증시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탓이다.
24일(현지 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2% 상승한 6,932.05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6%), 나스닥종합지수(0.22%)도 동반 상승했다. 연말 연초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 회복에 힘입어 내년 미 증시도 강세일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와 웰스파고는 내년 S&P500지수 전망치를 7,800으로, UBS와 HSBC는 7,500으로 제시했다.
미국 증시의 장밋빛 전망과 정부의 회유책을 두고 서학개미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국내 시장 복귀계좌(RIA)’를 활용하면 수백만 원의 양도소득세를 아낄 수 있지만 1년 이상 국내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조건이 부담이다. 자칫 미 증시가 오르고 국내 증시가 하락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 “비과세 혜택 기회” vs “국장이 미장 대체 못 해”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국내 증시에 복귀하는 서학개미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힌 양도세 한시 혜택이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24일 ‘외환시장 안정 세제 패키지 대책’을 발표하며 RIA를 활용해 23일까지 보유한 해외 주식을 매각하고 환전해 국내 증시에 투자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미 증시 투자로 쏠쏠한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2021년부터 미국 증시에만 투자한 직장인 구모 씨(35)는 최근 ‘부분 귀순’을 결심했다. 구 씨가 2021∼2022년 매수했던 나스닥100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100%를 넘겼기 때문이다. 구 씨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켤 때마다 흐뭇했지만 언젠가 매도할 때 부담해야 할 양도세가 늘 고민이었다. 구 씨는 “RIA가 도입되는 즉시 미 증시 매도액을 옮겨 성장 전망이 밝은 국내 주식에 투자할까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양천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모 씨(39)는 미국 주식을 꽉 쥐고 있을 생각이다. 서 씨는 투자금의 절반은 알파벳(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우량주에 투입하고, 나머지 절반은 공격적인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다. 그는 올해 레버리지 ETF 매매로 2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려 300만 원가량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서 씨는 “미장(미국 증시)에서는 세금을 내지만 국장(국내 증시)에서는 원금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는 대체재가 없다”고 말했다.
한 미국 주식 투자자는 “미국 주식 팔고 국내 주식 사라는 말은 강남 아파트 팔고 지방 아파트 사라는 말과 비슷하다”며 “정부 고위 관계자들부터 해외 주식 팔고 국내 주식을 사는 솔선수범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도세 면제 혜택은 확실히 작지 않은 인센티브이지만 투자자마다 향후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 전망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복귀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 제도의 빈틈 노리는 투자자들
RIA가 달러의 국내 유입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꼼수’를 차단하는 꼼꼼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RIA 계좌를 활용해 해외 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을 사고, 다른 계좌에서 국내 주식을 팔아 해외 주식을 다시 사자’는 말이 오간다.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양도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다른 계좌에서 국내 주식을 팔고 해외 주식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면 조세 손실만 발생하고 실익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개인용 선물환은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독려로 환헤지 상품에 가입했다가 원-달러 환율이 올라 버리면 집단 손실이 날 수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물환 매도 상품은 손실이 날 수 있는데 어떻게 안전하게 설계할지 의문이고, 개인 투자자들이 아직 생소한 선물 투자에 많이 뛰어들지도 미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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