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英왕실 세기의 결혼식… 법도-호칭 Q&A

미들턴 가문, 문장 받았지만 계속 평민 신분… 딸만 왕족

《 윌리엄 왕세손이 훗날 왕위에 오르면 케이트 미들턴 씨는 ‘캐서린 왕비’가 된다. 케이트 씨가 ‘케이트란 이름은 아이들 이름 같다’는 이유로 캐서린으로 불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대중은 케이트라 부르지만 부모와 본인 모두 캐서린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의 법도와 호칭은 특히 까다로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복잡한 면이 적지 않다.》
Q. 29일 결혼하면 ‘캐서린 왕세손비’로 불리게 되나.

A. 아니다. 찰스 왕세자의 전부인을 사람들은 흔히 ‘다이애나 왕세자비’라고 부르지만 이는 처녀 시절 이름을 딴 표현일 뿐 공식 명칭은 아니다. 제대로 부르려면 남편 이름을 따 ‘찰스 왕세자비’라고 불러야 한다. 마찬가지로 케이트 씨도 ‘윌리엄 왕세손비’다.

Q. 찰스 왕세자의 현재 부인 커밀라 공작부인은 찰스가 왕위를 계승해도 왕비 칭호를 가질 수 없다던데….

A. 영국 관습 헌법에 따라 이혼녀는 왕비(Queen Consort) 칭호를 얻을 수 없다. 찰스 왕세자의 현재 부인인 커밀라 콘월 공작부인은 이혼녀다. 흔히들 그를 전남편 성(姓)을 따 ‘커밀라 파커 볼스’로 부른다. 찰스와 커밀라의 결혼 당시 영국 헌법부는 왕비 칭호를 써도 된다고 판결했지만 왕실은 다이애나 비에 대한 동정 여론을 감안해 훗날 찰스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해도 커밀라에겐 빈(Princess Consort)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

Q. 왕세자의 아내는 어떻게 부르나.

A. 14세기부터 (여)왕의 장남을 부르는 공식호칭은 ‘웨일스 공(Prince of Wales)’이다. 따라서 커밀라 부인도 ‘웨일스 공작부인’이 돼야 했다. 그러나 이 호칭은 다이애나 비가 먼저 썼기 때문에 콘월(Cornwall) 공작부인이 됐다.

Q. 영국 왕족의 성은 뭘까.

A. ‘윈저’라고 알고 있다면 절반만 맞았다. 영국 왕족은 1917년까지 성 대신 출신 국가나 가문 이름을 썼다. 현재 왕가는 독일에 뿌리를 둔 작센코부르크고타 가문이다. 독일과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르던 상황에선 독일식 가문 이름이 부담이었다. 이에 조지 5세는 영국 버크셔 주 윈저에 있는 성채(城砦)의 이름을 따 ‘윈저(Windsor)’를 성으로 정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여성이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르는 전통이 있다. 현재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의 성은 ‘마운트배튼(Mountbatten)’이다. 이에 따라 현재 왕손들은 둘을 합쳐 ‘마운트배튼-윈저’를 성으로 쓴다.

Q. 결혼하면 미들턴 가문도 귀족이 되나.

A. 아니다. 평민으로 남는다. 커밀라 가문도 여전히 평민이다. 서울대 박지향 교수(서양사학)는 “여왕 생일 같은 기회에 작위를 내릴 수는 있으며 그러면 귀족이 된다. 왕족과 결혼한다고 자동으로 귀족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케이트 미들턴 씨 가족이 받은 문장. 세 개의 도토리나무 가지 문양은 미들턴 씨 3남매를뜻하며 미들턴 집안이 살아온 버크셔의 떡갈나무 숲도 상징한다. 황금색 역V자 무늬는 미들턴 씨의 어머니 캐럴 씨의 처녀 때 이름(골드스미스)을 반영하며 문장의 주 색깔인 파란색과 빨간색은 영국 국기의 색에서 따왔다.

Q. 왕실에서 사돈댁에 문장(紋章)을 줬다던데….

A. 문장을 줬다고 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장은 귀족 가문만 쓰는 게 아니다. 지주(gentry) 가문 이상이면 문장을 쓸 수 있다. 지주 가문 중에는 귀족인 가문도 있고 아닌 가문도 있다. 이번에 문장을 선물한 건 결혼식 때 왕실에서 내거는 국장(國章·Arms of Dominion)에 신부 측이 짝을 맞출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Q. 그럼 결혼식 이후에 문장은 어떻게 되나.

A. 문장 소유권은 미들턴 가문에 있다. 따라서 케이트 씨는 결혼식 때까지만 이 문장을 쓴다. 그 이후에는 미틀턴 가문에서 쓰게 된다. 케이트 씨의 남동생 제임스 씨의 자손이 대대로 물려 쓰면 되는 것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