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윌리엄 왕세손 결혼식 D-2… 전세계 20억명 시청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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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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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 신데렐라 스토리”… “첫사랑 완결 감동 드라마”

겉보기엔 뜨겁다. 영국 정부는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씨의 29일 결혼식을 전 세계 20억 명이 시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妃)의 결혼식을 7억5000만 명이 지켜본 것과 비교된다. 아랍 위성TV 알자지라도 리비아 전장 대신 결혼식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하지만 ‘21세기 신데렐라 스토리’치고는 싱겁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알렉산드라 페트리 씨는 “사랑에 빠진 대학 동창과 동거하다 결혼하는 건 ‘동화적 매력’이 너무 떨어진다”며 “갑옷 입고 신부에게 입 맞추는 백마 탄 왕자는 어디 있느냐”고 비꼬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설문조사에서 이번 결혼이 정말 기대된다고 답한 영국인은 18%뿐이었다.

AP통신도 “불쌍한 케이트 미들턴. 그는 미래의 왕과 결혼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와 결혼한다”고 분석했다. 국가를 통치하는 왕족으로서의 권위 대신 할리우드 스타처럼 각종 루머에 시달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는 의미다. 이어 “미들턴은 이제 ‘퍼스트레이디 게임쇼’에 막 들어왔다. 그의 경쟁 상대는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과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루니”라고 평했다.

그렇다고 둘의 결혼생활에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왕실 전기 작가 앤드루 모턴 씨는 “무엇보다 미들턴은 자기가 사랑하는 6개월 어린 남자와 결혼한다”며 “다이애나는 열세 살 많은 남편이 어려워 결혼 전까지 ‘경(Sir)’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미들턴 씨는 윌리엄 왕세손의 이름을 부르고 윌리엄 왕세손은 “미들턴이 내 첫사랑”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다이애나 왕세자비 결혼식 때는 찰스 왕세자의 전 애인 커밀라 섄드(현 왕세자비)가 저주를 상징하는 잿빛 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여느 연인들이 그렇듯 평범하면서도 필연 같은 인연으로 가득하다. 윌리엄 왕세손이 역대 왕자들처럼 교육부 장관이나 여왕이 지정하는 대학에 갔다면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윌리엄 왕세손은 영국 왕자로는 처음으로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을 골라 세인트앤드루스대에 진학했다. 2001년 미술사 수업을 듣던 왕세손의 눈에 미들턴 씨가 들어왔다. 왕세손은 “카라바조(이탈리아 화가) 에세이 과제를 같이 하자”며 접근했다. 학기가 끝날 때쯤 둘은 기숙사를 나와 동거를 시작했다.

시련이 없던 건 아니다. 2005년 찰스 왕세자가 재혼했지만 미들턴 씨는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미들턴 씨는 2006년 왕세손의 왕립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왕가 식구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흔들림 없는 사랑을 과시했다. 미들턴 씨는 이때 “군복을 입은 윌리엄은 정말 섹시하다”고 말했다.

둘은 2007년 고비를 겪기도 했다. 윌리엄 왕세손이 이별 통보를 했던 것. 그러나 미들턴 씨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길거리로 나서 스스로 파파라치의 표적이 됐다. 윌리엄 왕세손에게 자기를 다시 봐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 결과는 성공이었다.

지난해 10월 케냐의 숲 속 오두막에서 윌리엄 왕세손은 유리구두 대신 어머니가 1981년 받은 약혼반지를 들고 프러포즈했다. 큼직한 사파이어를 다이아몬드 14개가 에워싸고 있는 반지다.

윌리엄은 ‘갑옷 두른 기사’ 스타일의 왕자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엄마를 불행하게 잃은 왕세손의 성장기를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봤다. 이렇게 잘 자란 그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보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커밀라-케이트 “왕실 고부갈등? 걱정마세요” ▼

29일 결혼하는 케이트 미들턴 씨는 적어도 고부(姑婦)갈등으로 마음고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2월 초 미들턴 씨와 시어머니가 될 커밀라 윈저 왕세자비(64·결혼 전 성은 섄드·사진)는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나 점심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눴다.

미들턴 씨의 동생과 커밀라 씨의 딸(찰스 왕세자와 2005년 결혼하기 전에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동석한 식사 자리에서 커밀라 왕세자비는 미들턴 씨에게 여러 조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 런던 코번트가든을 방문한 커밀라 왕세자비는 미들턴 씨에 대한 질문을 받자 “케이트는 사랑스러운 여성”이라며 “우리(왕실 가족)는 매우 운이 좋아요. 난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결혼식 준비 과정을 두고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었다. 미들턴 씨가 머리에 티아라(왕관) 대신 꽃을 달고 입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 대해 커밀라 왕세자비가 “왕실 전통을 고려해 티아라를 ‘반드시’ 써야 한다”고 타일렀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7일 전했다.

여론조사업체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영국 성인 10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결혼 뒤 미들턴 씨가 왕실 일원들에게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45%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와 무응답이 각각 24%와 32%를 차지해 미들턴 씨가 왕실에서 ‘왕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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