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기피 GE, 거짓 보도자료에 ‘한방’ 먹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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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패러디 시민 단체들 ‘환급세 반환’ 가짜자료 보내…
AP통신, 전세계 타전 소동

‘많은 국민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이때 우리는 얼마 전 받았던 32억 달러의 세금 환급분을 국가에 반환하기로 했습니다. 국가에 기여하고 업계에 본보기를 제시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13일 AP통신에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로고가 새겨진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가 e메일로 전달됐다. AP통신은 이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해 뉴스 전송계약을 맺은 전 세계 언론사에 타전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가짜였다. ‘예스멘(Yes Men)’과 ‘유에스 언컷(US Uncut)’이라는 시민단체들이 GE에 망신을 주기 위해 만든 거짓 보도자료였다. 거액의 수익을 내면서도 세무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법인세 납부를 피해가던 GE는 최근 “정부에 32억 달러의 세금환급까지 요청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궁지에 몰렸다. GE는 보도내용을 즉각 부인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GE의 절세 노력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보도자료가 거짓임을 알게 된 AP통신은 전송 30여 분 만에 기사를 황급히 삭제하고 정정기사를 실었다.

두 단체는 가짜 보도자료를 낸 이유에 대해 “GE는 2005년 이후 280억 달러라는 수익을 올렸는데 이에 따른 세금은 한 푼도 안 내고 있다”며 “이는 법적으론 문제없을지 몰라도 부도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우리의 주장을 담은 평범한 자료를 언론에 돌렸다면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도 이익을 숨기는 대기업들을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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