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벡의 독설, 결국 제 발등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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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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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저격수’ 美보수논객… 폭스뉴스 프로서 연말 하차

잇단 설화로 논란에 휘말려온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논객 글렌 벡(47·사진)이 결국 자신이 진행하던 시사 프로그램에서 물러나게 됐다. 폭스뉴스는 6일 “벡과 폭스뉴스는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할 것”이라며 “벡은 올해 말까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벡은 2009년 초부터 폭스뉴스 채널의 오후 5시 프로그램 ‘글렌 벡 쇼’를 맡아 왔다. 뉴스형식의 시사토크쇼인 이 프로그램에서 벡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진보진영을 겨냥한 거친 평론으로 단숨에 200만 명을 웃도는 고정 팬을 확보했다. 그 덕분에 폭스뉴스의 동시간대 시청률은 두 배로 치솟았고, 벡은 ‘오바마 저격수’로 불리며 순식간에 최고의 영향력을 지닌 보수진영 인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벡은 지나친 독설과 음모론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뿌리 깊은 백인 혐오가 있는 인종주의자”라고 비방하는가 하면 동일본 대지진을 “신이 진노한 결과”라고 말해 여론의 비난을 샀다. 독설에 지친 시청자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글렌 벡 쇼’의 평균 시청자 수는 2010년 초 270만 명에서 올해 20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또 지금까지 400곳이 넘는 광고주가 자기 기업 광고를 그의 프로그램에 내보내지 말라고 폭스뉴스에 요청했다. 벡의 프로그램으로 온건 보수층 사이에서 공화당의 이미지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이 폭스뉴스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추정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초에는 오바마에 대한 그의 독설이 먹혀들었지만 경제상황이 나아진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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