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쓰나미 현장 기록과 맞바꾼 가족 3명의 목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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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홍보담당 공무원 임무 다하다 아내-두딸 잃어…“그들은 먼저 천국에 갔을 뿐”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인 11일 오후 3시경 이와테(巖手) 현 야마다(山田) 초 공무원인 사사키 마사카즈(佐¤木政良·38) 씨는 동사무소 옥상에 서 있었다.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고 있었지만 홍보담당 공무원이었던 사사키 씨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 했다. 하지만 머리 속은 온통 집에 있는 3명의 가족 생각뿐이었다. ‘제발 산으로 도망쳐….’

지진 발생 직후 사사키 씨의 부인 메구미(潤·34) 씨는 큰딸 니나(仁愛·3) 양과 돌이 되지 않은 둘째 딸 고고나(心那) 양을 데리고 집을 뛰쳐나갔다. 언덕에 올라가려는 순간 3명의 가족은 쓰나미에 휩쓸렸다.

이틀 후 마사카즈 씨는 집에서 수십 m 떨어진 곳에서 숨져 있는 부인 메구미 씨를 발견했다. 등에는 둘째 딸이 업혀 있었다. 나흘 후에는 해안 근처에서 장녀 니나 양도 찾았다. 니나 양은 최근 사사키 씨가 사 준 구두를 신고 있었다. 4월부터 다니게 될 유치원 입학 선물로 사 준 구두를 딸은 그렇게도 좋아했다.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가족을 보자 사사키 씨는 할 말을 잃었다. 쓰나미가 모든 것을 가져가 버린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혼자만 살아남은 것에 대해 자책에 몸을 가눌 수 없었다.

20일 오후 4시 그는 부인과 딸들의 시신을 같은 관에 넣어 화장했다. 그리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먼저 천국에 가 있는 것뿐이야. 추억은 평생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거야.’

도쿄=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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