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공습]美 빠진후 다국적군 행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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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군 투입 부담 커… 反카다피 세력 측면지원 나설듯

유엔의 리비아 군사작전 ‘오디세이 새벽’을 주도해온 미국이 본격적으로 발을 빼는 단계로 들어가면서 다국적군이 고민에 빠졌다. 미국은 미군아프리카사령부(AFRICOM)가 가진 작전지휘권을 며칠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이관한 뒤 공격의 전면에서 빠지고 첨단 통신체계를 이용한 정보수집과 무기 및 군수물자 지원 등 간접 지원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BBC 등 유럽 언론이 21일 전했다. 카터 햄 AFRICOM 사령관은 21일 “카다피군과 반카다피군의 교전 발생 시 반군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임무 내용에 없고 무아마르 카다피 개인은 다국적군의 목표물이 아니다”면서 “카다피가 퇴진하지 않고 권력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군이 리비아 군을 완전히 궤멸하겠다거나 카다피 원수를 축출할 계획이 없다고 공언하면서 장기전 양상이 가시화되자 다국적군의 선택 폭도 줄고 있다.

일단 카다피 정권 교체에 적극적인 영국과 프랑스는 군사작전에 갈수록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국 의회는 21일 영국군의 리비아 군사행동 개입을 찬성 557표, 반대 13표의 압도적 지지 속에 통과시켰다. 또 이날부터 영국 공군의 주력기인 타이푼 전투기들이 처음으로 비행금지구역 감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작전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22일 코르시카 공군기지를 직접 방문해 군 관계자들을 치하하고 성공적인 군사작전 수행을 독려했다. 프랑스는 22일부터 프리깃함 3척과 급유선 1척, 잠수함의 호위를 받는 항공모함 샤를드골이 리비아 해상에 도착해 작전 수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세는 결국 지상군 투입보다는 다국적군이 리비아 서부 지역을 보호하면서 장기전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영국의 싱크탱크 로열유나이티드서비스의 바라크 시너 연구원은 21일 “카다피 군대가 군인에게 민간인 복장을 시키고 민간용 픽업트럭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다국적군에 혼선을 주려 할 것”이라며 “노출된 카다피의 기갑사단을 공격하는 건 쉽지만 시가전 양상으로 가면 타격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아랍연맹과 러시아, 중국의 반대로 지상군을 진주시키기도 어려운 마당에 시가전 같은 게릴라식 저항에 빠져 자칫 아프가니스탄전쟁의 복사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 지상군 투입은 어렵다는 것.

이 때문에 서방 국가들이 프랑스처럼 반카다피군 세력을 리비아의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고 무기와 물자 등을 제공하는 측면지원으로 돌아서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방의 지원을 받은 반카다피군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치적 부담이 작고 다국적군의 인명피해도 줄이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얘기다.
▼ 美 “수일내 뒤로 빠지겠다”… 작전지휘권은 누가 행사? ▼
英 “나토로 이양돼야”… 佛-터키는 “반대” 선언


토마호크 미사일과 스텔스 폭격기, 전투기 등을 동원해 대(對)리비아 공습작전을 주도해온 미국이 “수일 내로 뒤로 빠지겠다”고 선언하면서 누가 미국을 대신해 작전지휘권을 행사할지를 놓고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도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사흘간 전개된 방공망 타격에는 미국의 군사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뉴욕타임스는 21일 미 국방부는 가능한 한 빨리 발을 빼길 원하고 있고 이로 인해 누가, 그리고 어디에서 작전을 지휘할지 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은 독일 람슈타인 기지에서 아프리카사령부가 공습작전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런던 교외의 노스우드 기지와 리옹 근처의 베르됭 기지를 지휘본부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을 대신할 세력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지휘권을 나토로 이양하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영국은 나토 이양을 찬성하나 프랑스는 반대한다. 알랭 쥐페 프랑스 총리는 “아랍연맹이 이번 작전을 나토가 지휘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 역시 나토 주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연합군 전투기들에게 공군기지를 지원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나토가 지휘권을 갖지 않는다면 기지 사용을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차이 때문에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회의는 아무런 합의를 얻지 못한 채 끝났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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