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후쿠시마 원전현장 목숨 건 수습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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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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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현장에서 필사의 복구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냉각수 공급 작업 외에는 사고 원자로들에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어서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태다. 제1원전의 운명은 현재 ‘후쿠시마 50’이라 불리는, 신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50명의 도쿄전력 근로자에게 맡겨졌다. 도쿄전력은 “2호기에서 폭발이 일어난 15일부터 근로자 50명만 원전에 남아 방사능 피폭 위험을 감수하고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12일 첫 폭발이 일어났을 때는 800여 명이 복구 작업을 했다. 》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1원전 정문 부근의 방사선량이 오전 10시부터 급격히 상승해 작업원이 일시 철수했다”고 밝혔다. 특수 방호복을 착용하고 작업하고 있는 작업원들이 응급조치를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란 의미다.

오전 10시 40분경에는 원전 정문 주변에서 시간당 10mSv(밀리시버트)에 이르는 방사선량이 측정됐다. 일반인에게 허용된 수치인 연간 1mSv의 10배다. 3호기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의 온도가 평소의 2배 수준인 80도까지 오르며 폭발할 위험도 높아졌다. 도쿄전력이 이를 막기 위해 헬기로 하늘에서 냉각수를 뿌리려고 했으나 위험 대비 효과가 적어 포기했을 정도다. 당시 원전 하늘의 방사선량은 50mSv였다.

하지만 후쿠시마 50 결사대는 이날 작업 현장에서 잠시 철수했다가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자원자들로 알려진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막으려는 것은 원자로의 온도 상승이다. 원자로 온도가 높아져 노심이 녹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노심이 녹아 핵연료가 격납용기를 녹이면서 뚫고 나오면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된다. 뜨거운 핵연료가 물이나 콘크리트에 닿아 증기가 발생하면 원자로 건물의 내부 압력이 높아져 폭발할 수도 있다. 기존 수소폭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위력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결사대는 수시로 원자로 온도를 측정해 위험해지기 전 바닷물을 원자로에 주입하고 있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연료로 가동되는 펌프를 이용해 해수를 퍼 올리고 있다. 연료가 떨어지면 펌프가 멈추기 때문에 누군가는 항상 곁에 있다가 연료를 채워줘야 한다. 김석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비상보안대책실장은 “그마저도 원전 3호기의 온도센서가 고장 나 직원들이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사대는 방사능 피폭 방지를 위해 상의와 하의가 하나로 결합된 특수 작업복을 입는다. 호흡도 함부로 할 수 없어 산소탱크를 등에 지고 인공호흡기로 숨쉰다. 특수 작업복은 방사선을 막아주는 ‘납’이 감싸고 있어 무겁고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 노병환 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안전본부장은 “방사선량이 높으면 납으로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의 온도 유지 외에도 복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 2호기는 격납용기에 생긴 균열을 막아야 한다. 격납용기는 금속으로 이뤄져 있어 가까이 접근해 용접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한 전문가는 “원자로의 온도를 낮춘 뒤 안전이 담보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50명의 결사대가 지키는 원전 주변엔 일본 자위대 요원 200명이 일반 주민을 대피시키고 방사선량을 측정하며 방사성 물질의 확산 범위와 양을 측정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 GE에서는 원전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될 핵전문가를 긴급 파견할 계획이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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