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시민혁명의 불길… 사하라 이남으로 번지나

  • 동아일보

‘중동 민주화 도미노 다음은 사하라 사막 이남(以南)이다.’

민주화 혁명의 무풍지대였던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이 지구촌의 마지막 민주화 혁명 벨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아랍 왕국들과 이란까지 휩쓸고 있는 시민혁명의 불길이 올해 안에 사하라 사막을 건너 아프리카 대륙 남쪽으로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극심한 식량가격 인플레이션으로 시민들의 분노가 쌓여 가는 상황에서 올해 내내 각종 선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현재 민주화 열풍이 불고 있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독재·권위주의 정부들의 ‘집단촌’이다.

우선 18일 우간다 대선이 초미의 관심사다. 야당 후보들은 이미 “이번 대선에서 또다시 부정이 벌어지면 나라 전체가 혼란과 폭동에 휩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1986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16일 “선거 기간에 이집트와 같은 혼란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우간다에 이어 3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대선, 11월 콩고민주공화국 대선 등 모두 30여 건의 선거가 치러진다. 국제위기관리컨설팅사인 영국 컨트롤리스크스그룹은 14일 발표한 연례 ‘위기지도’에서 “올해 나이지리아 마다가스카르 콩고민주공화국 짐바브웨 잠비아 등에 선거 관련 위험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모잠비크에선 정부의 식량보조금 정책이 붕괴할 수 있으며 그러면 폭동이 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15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들 나라 대부분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 사이에 주요 곡물가격이 15%나 뛰었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 때 빈민들을 화나게 했던 밀 가격은 지난해보다 두 배나 올랐다.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5일 민생고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져 진압 과정에서 어린이 2명 등 시민 3명이 숨졌다.

그러나 선거 부정이나 인플레이션이 시민 봉기를 촉발한다 해도 단번에 아프리카 주요국들을 민주화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보 통제가 문제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4일 아프리카 국가들은 인터넷 사용 인구가 적고 국영방송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34년째 봉고 가문이 통치하는 가봉은 인구의 6.4%만 인터넷을 사용한다. 우간다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9.6%에 불과하다. 이집트와 튀니지는 각각 21%, 34%였다. 존 캠벨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15일 미 공영라디오방송(NPR)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선) 체제 전복까지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미 한 번 타오른 불길은 걷잡을 수 없다는 걸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목격했다. 1989년 동유럽 민주화 도미노가 그랬고 더 거슬러 1848년 프랑스 혁명이 몇 달 만에 유럽 왕정을 몰락시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지메이슨대 국제정책센터 잭 골드스톤 소장은 “사람들은 일단 권력에 저항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끊임없이 한계를 뛰어넘으려 시도한다”고 말했다. NPR는 “올해에 몰려 있는 각종 선거 가운데 하나라도 (민중 저항의 불이 붙으면) 아프리카 전역이 정치 사회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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