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美 살림살이 쥐어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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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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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대중교통 이용 늘고… 외식-쇼핑 등 소비 줄고…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미국인들이 카풀을 늘리고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로 몰리는 등 생활 패턴을 바꾸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주 북부 노스베일에 위치한 한 주유소. 기름을 넣는 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노우드(뉴저지)=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미국인들이 카풀을 늘리고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로 몰리는 등 생활 패턴을 바꾸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주 북부 노스베일에 위치한 한 주유소. 기름을 넣는 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노우드(뉴저지)=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미국 뉴저지 주 북부 노우드에 사는 맞벌이 부부 리처드 울프(47), 메릴린 울프 씨(41)는 얼마 전부터 같은 차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남편이 집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아내를 내려준 뒤 다시 40분 정도 차를 타고 맨해튼으로 출근한다. 이들은 최근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출퇴근 차를 한 대로 줄였다. 이전보다 출근은 30분 서둘러야 하고 퇴근은 30분 늦어졌지만 월 2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기름값이 크게 오른 미국에서도 이처럼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 생활 패턴을 바꾸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아직 2008년 여름처럼 1갤런(약 3.78L)당 4달러를 넘어설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일 3.1달러로, 2008년 10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달 전에 비해서는 0.12달러, 1년 전에 비해서는 0.35달러나 올랐다. 특히 다른 주보다 가격이 높은 오리건, 캘리포니아, 뉴욕 주 등은 갤런당 평균 가격이 3.20∼3.71달러에 이른다. 이들 주 일부 지역은 이미 4달러 선을 위협받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오후 뉴저지 주 노스베일에 위치한 한 주유소. ‘일반 휘발유 갤런당 3.13달러’라는 가격이 내걸린 이 주유소에는 10대의 주유 펌프가 있었지만 기름을 넣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가건물 안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던 주유소 직원은 “기름값이 비싸서인지 차들이 많지 않다”며 “5분에 한 대 정도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몇 블록 떨어진 또 다른 주유소 앞에는 자동차 대여섯 대가 줄을 서서 주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알뜰’ 운전자들이었다. 이 주유소는 현금만 받는 대신 갤런당 0.1달러 싼 3.03달러를 받고 있었다.

자가용을 생필품으로 여기는 미국인들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게 된 것도 기름값 때문이다. 맨해튼에서 다리만 건너면 되는 뉴저지 주 포트리 버스 정거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메시로 파이낸셜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NBC방송에서 “기름값이 0.1달러 오를 때마다 미국인들이 부담하는 총 기름값이 4000만 달러씩 늘어난다”며 “미국인들은 이미 외식을 줄이거나 쇼핑 횟수를 줄이는 등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기름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점. 미국의 기름값을 좌우하는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0.54달러(0.6%) 오른 배럴당 98.34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배럴당 90.8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원유 수요가 늘면서 국제유가가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처럼 오르다가는 기름값 상승이 미국 경기 회복의 복병으로 떠오를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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