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發 테러 번질라” 유럽 각국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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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콥트교 성탄절 앞두고… “이슬람단체 협박” 잇단 신고
“알카에다-연계조직이 배후”… 이집트 경찰, 수사망 좁혀

1일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의 한 콥트교회 앞에서 폭탄 테러로 21명이 숨진 뒤 유럽의 콥트교회 및 교인에 대한 공격 우려가 제기되는 등 콥트교 성탄절(7일)을 앞두고 유럽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경찰은 3일 파리 외곽 콥트교회의 한 사제가 이슬람 단체의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신고해옴에 따라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사제는 한 신도로부터 유럽과 프랑스 콥트교회에 대한 이슬람 무자헤딘의 테러 위협 정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분간 프랑스에 있는 콥트교회에 대한 보안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특별한 위협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4일부터 전국 19개 콥트교회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찰을 배치하는 등 경계 강화조치에 들어갔다. 프랑스에는 4만5000명의 콥트교인이 있다.

독일 정부는 이번 테러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독일 콥트교회 측에 교회가 공격 목표가 될 수 있으니 대비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엔 6000여 명의 콥트교인이 있다.

2만 명의 교인이 있는 영국과 오스트리아도 교회에 대한 테러 협박이 접수돼 경찰이 경계 강화에 나섰다.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교회에 한해 콥트교 성탄절에 문을 닫기로 했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콥트교회도 보안을 강화했다. 캐나다에서는 한 이슬람 웹사이트에 100여 명의 콥트교인 이름과 주소 사진이 공개됨에 따라 경찰이 토론토 등에 소재한 20여 개 교회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이집트 경찰은 알카에다 또는 관련 세력이 알렉산드리아 자살 폭탄 테러의 배후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이라크이슬람국가(ISI)는 지난해 11월 이집트 콥트교회가 이슬람교로 개종한 여성 2명을 억류하고 있다며 이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모든 기독교인을 공격의 표적으로 삼겠다고 위협했다.

한편 이집트 콥트교인 수천 명이 사흘째 카이로 슈브라 등 대도시에서 반정부, 반이슬람 시위에 나서 경찰 45명과 시위대 27명이 부상하는 등 이슬람교와 콥트교 간에 해묵은 종교 갈등이 폭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시위가 거세지자 이집트 콥트교 총대주교인 셰누다 3세는 “문제는 분노와 감정이 아니라 평정과 소통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이에 앞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일 이집트 테러에 대해 “이 비겁한 행동은 하느님에 대한 그리고 모든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집트 이슬람 최고지도자 아흐메드 엘타예브는 “이집트에 대한 간섭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콥트교회(Coptic Church)::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교회. 450년경 예수가 신성(神性)과 인성(人性) 모두를 소유하고 있다는 ‘신인 양성론’을 부정하고 신성만 인정하는 단성설(單性說)을 신봉하면서 분리돼 나온 기독교 종파. 콥트교인은 이집트 인구 8000만 명의 10%로 소수다. 콥트는 7세기경 아랍인이 점령하기 이전의 이집트 원주민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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