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권력 비리 취재기자 의문의 죽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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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위해 서민 집 강제철거’ 취재 도중 괴한에 피습
공안 “우발 살인”… 국경없는 기자회 “철저 조사를”

중국에서 공권력의 비리를 취재하던 기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고 28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망한 기자는 중국 서북부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자치구 이리하싸카(伊犁哈薩克)자치주의 쿠이툰(奎屯) 시에서 발행되는 ‘베이장천바오(北疆晨報)’의 쑨훙제(孫虹杰·38) 기자.

그는 지방정부 관리들의 주택 신축을 위해 서민 주택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하던 중 18일 0시 50분경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괴한 6명은 집으로 돌아가던 쑨 기자를 납치한 뒤 으슥한 공사장으로 끌고 가 집단 폭행하고 도망쳤다. 쑨 기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열흘 뒤인 28일 결국 숨졌다.

중국 공안은 폭력에 가담한 괴한 6명을 체포해 신문했지만 이 사건을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쑨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한 남자에게 모욕을 줬고 이것이 발단이 돼 공격이 이뤄졌을 뿐이지 결코 취재활동과 관련된 살인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쑨 기자의 동료들은 공안당국의 발표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하기엔 쑨 기자가 취재했던 사안이 너무 민감했을 뿐 아니라 폭력 수법도 쌍방간 시비 끝에 일어난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치밀하다는 것. 동료들은 괴한들이 지갑과 휴대전화 같은 일체의 증거를 사전에 모두 없애버린 데다 머리만 집중적으로 가격한 것도 우발적인 폭행과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쑨 기자의 죽음에 대해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28일 중국 정부와 지방 당국에 쑨 기자의 죽음을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촉구했다. 중국에서는 2007년에도 한 언론인이 의문의 살해를 당했다고 RSF는 주장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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