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우파 vs 이슬람계 청년 무력충돌 조짐

  • 동아일보

축구 팬 피살이 도화선… 경찰 1300여명 연행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가 민족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 경찰은 15일 모스크바에서 인종주의적 극우파 민족주의 청년들과 북캅카스 지역에서 이주한 이슬람계 청년 등 약 1300명을 연행했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이 16일 전했다. 이들은 15일 오후 6시경 모스크바 중심 키옙스카야 기차역 광장에서 무력충돌을 빚을 것이라는 소문이 지난 주말부터 계속됐다.

진압 헬멧과 경찰봉, 방패로 무장한 러시아 경찰 3000여 명은 15일 오전부터 키옙스카야 역 주변을 봉쇄한 채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흉기를 소지하거나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청년들은 모두 수갑을 채워 경찰버스로 밀어 넣었다. 이날 경찰은 고무탄환이 장착된 총 16정, 칼 208개 그리고 망치, 철봉, 전기충격기 등 260점을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반항하던 청년 30여 명이 다쳤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볼가 강 유역 사마라 시에서도 100∼200명이 연행됐다. 일부 극우파 청년은 오른팔을 머리 위로 쭉 펴서 하는 나치 독일 식 인사를 하기도 했다. 경찰의 봉쇄 속에서도 작은 싸움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11일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팀의 경기가 끝난 뒤 크렘린궁 인근 마네시 광장에서 스파르타크 팀의 20대 남성 팬이 북캅카스 출신 청년들과 싸움 끝에 총에 맞아 숨진 것이 발단이었다. 이는 ‘러시아는 러시아인의 것’이라는 반(反)소수민족 구호를 외치는 5000여 명의 시위로 이어졌고 모스크바에서 10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소요사태로 변질됐다. 이후 극우파 청년들과 북캅카스 출신 이주민들은 인터넷과 트위터 등으로 ‘15일 키옙스카야 기차역 격돌’을 예고했다. 키옙스카야 역 주변은 북캅카스 출신 노점상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16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극단주의는 저지돼야 한다”며 “이번 사태는 공공질서를 강화하고 경찰의 권위를 높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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