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들, 기업 CEO처럼 일하라” 클린턴, 외교 청사진 제시

  • 동아일보

민간인 개발 전문가 앞세워 국제분쟁 예방
5500명 충원 계획… 부드러운 외교로 전환

“민간인의 역량을 미국 외교에 최대한 활용하겠다. 앞으로 미국대사는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CEO)처럼 종합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국무부의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민간의 힘을 미국 외교의 일선에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15일 미 국무부 청사 강당에서 열린 ‘4개년 외교·개발 검토보고서(QDDR)’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무부 및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과 토론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클린턴 장관의 취임 초 지시로 14개월의 작업 끝에 처음 작성된 것으로 앞으로 4년마다 한 번씩 보고서가 나온다.

이 자리에서 클린턴 장관은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2개의 전쟁을 치르는 데 미국 외교의 역량을 쏟았다면 앞으로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외교관과 민간인이 힘을 합쳐 국제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제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해외 방위의 최일선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분쟁의 예방에 외교관과 민간이 힘을 합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군사 대응으로 국제분쟁을 해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문민 외교활동을 강화해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소프트 외교’로 이행하겠다는 전략이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 외교는 국무부 직원뿐 아니라 농림부와 법무부 등 다른 부처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농림부의 전문가들이 칸다하르 지역에서 농작물을 가꾸는 방식과 들판에 물을 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법무부 직원은 민주주의가 초창기인 나라에서 법을 통한 지배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를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국무부와 USAID는 연방정부 다른 부처의 개발 관련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조해 외교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보기관도 소프트 외교에 뛰어들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외교관이 대사관 사무실에서 벗어나 외국의 대중과 바로 소통하고 민간기업과 비정부기구(NGO) 및 시민사회와 직접 접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무부와 USAID에서 일할 민간전문가 5500명을 새로 충원할 계획이다. 그 대신 아프간전쟁과 이라크전쟁을 치르면서 비중이 커진 외부 하도급업자에 대한 의존은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서도 “21세기에 미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외교관과 개발 분야 전문가를 미국 외교의 전면에 얼굴로 내세워야 한다”며 “국제적인 분쟁 해결과 빈곤국의 안정된 민주국가 전환 및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파워의 외연을 넓혀 국제적으로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소프트 외교로 전환하기 위해 경제성장­에너지환경담당 차관을 신설하고 민간안전­민주주의­인권담당 차관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보고서는 내년 6월까지 국무부의 제재 및 불법금융망 차단 관련 업무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개혁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략핵무기 감축 및 북한과 이란의 위협에 대응해 국무부 안에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의 역할도 강화할 방침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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