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 지배 탓 러시아 정체” 메드베데프, 푸틴 겨냥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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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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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 의식 차별화 나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집권 통합러시아당을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린 비디오 블로그 연설을 통해 “통합러시아당이 2001년 창당 이후 중앙과 지방 정치를 지배하는 바람에 러시아가 ‘정체’에 빠졌다”며 정치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을 지냈으며 이후에도 통합러시아당을 이끌고 있다.

‘정체’는 러시아 사학자들이 강대국으로서 러시아 지위가 약해지기 시작한 때인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정권의 후반기(1970년대)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집권당을 비판하기 위해 이 용어를 꺼내들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의미 있는 야당 세력이 없는 사실상의 1당 국가라는 비판을 인정함으로써 2012년 차기 대선의 잠재적 경쟁자인 푸틴 총리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지난 10년간 통합러시아당이 압도한 결과로 러시아는 생산적인 변화를 거부하고 소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거대한 단일조직이 됐다”며 “집권당이 어느 곳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는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동상같이 굳어지고 퇴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정체는 집권당과 야당 모두에 해롭다”고 덧붙였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30일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있는데 이 연설을 통해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힐지가 주목되고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날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집권당 비판 연설을 들어 “그가 이미 재선 의지를 굳혔으며, 재선 선거운동의 주요 화두로 (정치)개혁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치평론가 예브게니 민첸코 씨는 텔레그래프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재선하기 위해서는 집권당 내 일부 세력을 몰아내고 자신과 가까운 세력을 끌어들여 통합러시아당을 장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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