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선거에서 하원 60석 이상을 잃어 미국 중간선거 역사상 72년 만에 최악의 참패를 당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사진)은 내년 1월 새롭게 시작되는 회기에서도 소수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하원 원내대표로 남고 싶다고 선언했다. 선거에서 패해 다수당을 내준 정당의 지도자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승리하더라도 대표 자리에서 사퇴하는 게 관례라는 점에서 민주당 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6일 민주당 하원의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많은 동료 의원이 여전히 위기에 처한 당을 이끌어주기를 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선거 패배로 차기 의회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바뀌겠지만 미 국민을 위한 우리의 약속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과업을 끝내기에도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년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낸 건강보험개혁과 월가의 금융개혁, 사회보장제도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당을 계속 이끌어가기로 결정했다”며 “우리의 위대한 성취물들이 백지화되도록 해서는 안 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키우기 위해 초당적인 방향으로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의 차기 당 지도부 잔류 선언은 선거 참패에 따른 현 지도부의 전면 교체와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주장하는 당내외의 요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큰 정부에 반대하고 균형예산의 중요성을 역설해 온 민주당 내 보수파의 모임인 ‘블루도그(blue dog)’ 소속 의원들은 벌써부터 펠로시 의장의 결단에 강력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클라호마 주 댄 보렌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미 국민이 보낸 메시지는 민주당이 취해 왔던 정책방향을 바꾸라는 것”이라며 “당을 이끌어 온 지도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존 야무스 켄터키 주 하원의원도 “하원 소수당 원내대표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소통 능력인데 펠로시 의장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펠로시 의장에게 도전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막강한 정치자금 모금력을 바탕으로 당내 입지가 강하고 현재 민주당 하원 2인자인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역시 펠로시 의장이 원내대표로 출마할 경우 자신은 경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화당은 펠로시 의장의 2선 후퇴 불가 결정에 대해 반색하는 분위기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날 즉각 “펠로시를 고용하라(Hire Pelosi)”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외벽에 내걸고 민주당의 당내 내분 분위기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공화당으로서는 가장 리버럴한 하원의원 중 한 명으로 불리는 펠로시 의장이 계속 민주당의 간판으로 나설 경우 2012년 선거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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