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광원들 69일만에 구조]세계언론 구조장면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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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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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가 올라왔다… 그들이 나왔다… 70억이 울고 웃었다

세기의 ‘구조 리얼리티 드라마’에 전 세계가 흥분한 하루였다. 칠레 광원 33명의 구출 장면은 전 세계 인터넷은 물론이고 칠레 국영 TV를 비롯해 미국 CNN과 영국 BBC, 주요 스페인어 방송 등을 통해 시간과 거리를 초월해 전 세계에 실시간 생중계됐다. 특히 스페인과 남미 등 칠레와 같은 스페인어권 국가들은 마치 자기 일인 듯 더 감격했다. 광산에 파견한 취재진을 수시로 연결해 구출상황을 생중계하면서 광원 33명이 누구인지, 구출을 위해 어떤 첨단기술이 활용됐는지 등 거의 모든 정보를 전했다. 광원들이 구조캡슐을 타고 한 명 한 명 땅 위로 올라올 때마다 기뻐하고 들뜬 목소리로 축하했다.

AFP통신은 “전 세계가 구조장면에 사로잡혔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0시 11분(현지 시간) 광원 플로렌시오 아발로스 씨를 실은 구조캡슐이 처음으로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세계인들은 인터넷에 접속해 있거나 생중계되는 TV 화면이나 라디오 속보에 눈과 귀를 집중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광원이 구출될 때마다 전 세계가 집단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CNN은 “비극(작업 중 광산 붕괴)으로 시작했으나 해피엔딩(전원 무사 귀환)으로 막을 내리려 하는 산호세 광산 이야기의 결말을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호기심이 세계인을 TV와 컴퓨터 모니터 앞으로 모여들게 했다”고 분석했다.

천위안잉 홍콩대 언론학과 교수는 “이번 일은 인간적인 관심을 끄는 스토리 수준을 뛰어넘어 글로벌 공동체를 확인시키는 사건”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는 “다수의 사람이 등장하고 긴박감이 있으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전 세계인이 최면에 걸린 듯이 칠레 광원 구출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TV에서 광원 구출장면을 지켜본 스리랑카의 샤리 아투코랄라 씨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매우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코니 프레티 씨는 “41년 전 전 세계는 인간이 달 표면을 걷는 장면을 지켜봤으나 오늘은 사람들이 땅 밑에서 올라오는 장면을 다 함께 보고 있다”며 “굉장히 매력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가정주부 이모 씨는 “(광원들이) 서로 먼저 올라가라고 권했다는 얘기를 듣고 감동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미국 워싱턴 주재 칠레대사관과 뉴욕 맨해튼 칠레음식점 등에서 칠레 교민들이 구조장면을 숨죽여 지켜보며 울었다고 전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영어와 스페인어로 된 성명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기도가 용감한 광원들과 그들의 가족, 그들을 구하려고 나선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광원들이 곧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33인 모두 무사히 구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오랜 시간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결코 용기를 잃지 않았던 광원들의 불굴의 의지와 가족들의 사랑에 찬사와 격려를 보냈다”고 밝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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