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위험, 오면 안돼! 9·11 당시 부시와 언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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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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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前국무, 英다큐서 밝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2001년 9·11테러 발생 직후 워싱턴으로 돌아오려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뜻을 꺾기 위해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격한 언쟁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밝혔다. 라이스 전 장관은 “백악관으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조언을 부시 전 대통령이 계속 무시하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9·11테러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라이스 전 장관은 영국 방송 채널4가 제작해 11일 방영할 ‘다큐멘터리 9·11: 비상사태’를 통해 급박했던 당시 일화를 털어놓았다.

라이스 전 장관과 부시 전 대통령의 말싸움은 9·11 테러범이 장악한 두 번째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WTC)에 충돌한 지 30분쯤 지나 시작됐다. 당시 플로리다에 있는 한 초등학교를 방문 중이던 부시 전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즉시 백악관으로 귀환하겠다고 전화로 통보했다.

그러나 당시 백악관은 잠재적인 테러 목표물 중 하나였다. 라이스 전 장관은 대통령에게 “지금 미국은 공격을 받고 있고 워싱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여러 차례 안전한 플로리다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라이스 전 장관은 “절대 돌아와서는 안 된다”고 고함을 치며 전화를 끊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부시 전 대통령에게 언성을 높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며 부시 전 대통령도 자신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고집 센 부시 전 대통령은 항공기를 이용해 기어이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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