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스크 건립 논쟁, 美國넘어 세계 종교갈등으로 번져

정양환기자 입력 2010-09-08 03:00수정 2015-05-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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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때 코란 화형” vs “미국에 죽음을” 미국 뉴욕 9·11테러 현장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9·11 9주년을 며칠 앞두고 미국을 넘어 세계를 흔드는 ‘종교 갈등’으로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한 과격 교회가 당일 기념식 행사로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선언하자, 이슬람 국가에선 대규모 반미 시위가 줄을 잇고 있다. 미 종교계와 아프간 미 군부가 자제를 당부하고 있지만 긴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이슬람은 악마” vs “미국에 죽음을”

당초 뉴욕 그라운드제로 모스크 논쟁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신앙 문제까지 거론되긴 했어도 ‘미국 내 문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미 플로리다 주에 있는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DWOC)’ 교회가 최근 9·11을 ‘국제 코란 소각의 날’로 선언한 게 알려지며 그 파장이 미국 바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테리 존스 DWOC 목사는 “사악한 이슬람이 미국에서 평화적 종교를 가장한 채 활동하고 있다”며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이슬람에 맞서자는 뜻에서 코란을 화형에 처하겠다”고 말했다. DWOC는 실제 교인은 50여 명에 불과하지만 그간 극단적인 이슬람 반대운동으로 지명도를 높여왔다. 기독교 원리주의를 표방하며 교회 소유지 곳곳에 “이슬람은 악마”라는 표지를 세웠으며, 이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배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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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을 불태운다는 소식에 이슬람권의 분노도 치솟고 있다. 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선 시민 수백 명이 ‘미국에 죽음을’ 등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도 대규모 반미집회가 열렸다. 로이터통신은 “이슬람인들은 코란 소각을 한 교회가 아닌 미국 전체가 벌인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 “악용 가능성 높다” 경고 목소리 높아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7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코란을 불태우는 건 아프간전 수행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현지 미군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이는 아프간은 물론 여러 이슬람 지역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탈레반이 이번 일을 반미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미국 주류 기독교도 우려를 표명했다. 미 최대 기독교단체 중 하나인 ‘전미복음주의연합회(NAE)’ 회장 리스 앤더슨 목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이슬람이 벌인 폭력행위에 대한 반감은 이해하지만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라며 “DWOC는 하루빨리 행사 취소를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일로 가장 난처해진 건 미국 내 이슬람 사회”라고 지적했다. 9·11테러 이후 타 종교단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는데,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이슬람을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시선이 또다시 냉랭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압둘라 안테플리 듀크대 교수는 “최근 미국을 떠나는 이민을 고민하는 이슬람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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