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로레알 상속녀 재산스캔들 수사 급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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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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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탕쿠르 대화록 찾아라” 비밀금고 조사

1일 오전(현지 시간) 프랑스 부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파리 서쪽 뇌이쉬르센의 한 저택 앞에 수사관들을 태운 차량이 멈춰 섰다. 이곳은 프랑스에서 가장 돈 많은 여성인 로레알그룹의 상속자 릴리안 베탕쿠르 씨(87·사진)의 집이었다. 이들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베탕쿠르 씨의 개인 비밀금고들을 족집게처럼 찾아내 하나씩 강제로 열기 시작했다.

가택 압수수색은 베탕쿠르 씨의 딸이 베탕쿠르 씨의 친구이자 사진작가인 프랑수아마리 바니에 씨(63)를 고소한 사건을 맡아온 재판부가 결정한 것이었다. 베탕쿠르 씨의 딸은 바니에 씨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현금과 고가의 미술품 등을 편취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른바 ‘베탕쿠르 스캔들’이다.

수사관들은 베탕쿠르 씨가 바니에 씨에게 선물로 줬다는 마티스와 몬드리안의 그림들이 아직도 집에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가택수색의 초점은 미스터리의 작은 메모지들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뒤 바니에 씨가 포함된 베탕쿠르 씨의 측근들이 ‘협박용’으로 베탕쿠르 씨와 주요 인사들 간의 면담 내용을 암기해 몰래 기록한 메모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파손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런데 최근 베탕쿠르 씨 집에서 일했던 한 직원이 이 메모지의 구체적인 내용과 보관 장소 등을 경찰에 밝힌 것. 이에 따라 이 메모지들을 찾기 위해 베탕쿠르 씨가 집을 비운 사이 전격 수색에 나섰다. 압수 수색은 오후 5시경에야 끝났으나 구체적인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외국에 가 있던 베탕쿠르 씨는 성명을 통해 “가택 수색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어와 숨길 것이 아무것도 없는 만큼 당연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최근 베탕쿠르 씨의 변호사에 따르면 베탕쿠르 씨는 7월 중순 유언장 내용을 변경하면서 그간 유일한 상속자로 이름을 올렸던 바니에 씨를 유언장 명단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 유언장은 바니에 씨에게 베탕쿠르 씨의 재산 160억 유로(약 24조3000억원) 가운데 약 8%를 상속하도록 했었는데 유언장 변경으로 바니에 씨는 거액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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