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라크전 전투임무 종료” 선언

동아일보 입력 2010-09-02 03:00수정 2011-04-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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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軍4400명 희생 ‘7년전쟁’ 어정쩡한 종지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군의 이라크 전쟁 전투임무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9·11테러 이후 이른바 ‘예방적 선제공격’이라는 논리 아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의 잠재적 위협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2003년 3월 개시됐던 이라크전쟁은 7년 5개월 만에 사실상 끝이 났다.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동시에 진행된 ‘두 개의 전쟁 시대’도 종언을 고했다.

하지만 이라크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지적이 많다. 안정과는 거리가 먼 이라크 정치 상황과 불안한 치안,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테러의 위협은 미국이 ‘임무 완수’를 선언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었다는 것이다.

이날을 기해 미국은 이라크 작전명을 ‘이라크의 자유’에서 ‘이라크의 새 여명’으로 바꿨다.

○ “미군의 전투 임무는 끝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과 이라크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책임을 다했으며 오늘 미군의 전투 임무는 끝났다고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은 오후 8시 황금시간대에 18분간 TV로 생중계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이제 이라크 국민이 자기 나라의 안보에 대한 책임을 주도해야 한다”며 “이라크의 미래를 이라크 국민의 손에 넘겨주기까지 우리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으며 이제는 (역사의)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milestone)’를 지난 셈”이라며 현지 전황을 고려하겠지만 내년 8월부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 철수를 개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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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현재 우리의 가장 급박한 임무는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며 일자리를 갖지 못한 수백만 명의 미국민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임무 완수’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날 전투임무 종료에도 불구하고 5만 명의 비(非)전투 미군은 이라크에 남아 이라크 군과 경찰에 대한 교육과 훈련 임무를 수행한 뒤 내년 말 완전 철군한다.

○ 7년 5개월 만에 사실상 전쟁 끝

미국이 유엔의 승인도 없이 이라크에 대규모 공습을 시작한 것은 2003년 3월 20일. 첨단 무기를 동원한 연합군의 ‘족집게 폭격’에 이라크군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전쟁 개시 20일 만인 4월 9일 바그다드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동상이 끌어내려졌다. 이어 5월 1일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전투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후세인 정권의 몰락은 곧바로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을 야기했고 이어 내전으로 비화됐다. 미국은 막대한 병력과 자금을 투입해 이라크 안정화에 나섰지만 아직도 이라크 치안은 불안하기만 하다. 2005년 1월엔 50년 만에 처음 자유선거 방식으로 제헌의회 총선이 치러지고 2006년 5월엔 이라크 건국 이후 최초로 시아파 정권인 누리 알말리키 정부가 출범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전 전투 종료를 선언한 이날 이라크의 알말리키 총리는 국영TV 연설을 통해 “이라크는 이제 주권국가이자 독립국가로 거듭났다”며 “이라크군과 경찰은 이라크를 방어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라크 철수 양날의 칼

하지만 이라크의 실제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올해 3월 총선이 끝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등 내부 혼란이 심해지는 이라크는 자칫 ‘판도라의 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군의 전투병력 철수 이후 이라크이슬람국가(ISI) 등 무장단체들이 일제히 테러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라크 내에서도 미군 전투병력의 철수를 환영하기보다는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라크에서는 여전히 매달 200∼300명이 폭탄공격에 숨지는 참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 전황이 급격히 나빠지면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슈로 공론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로 가던 도중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부시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잠시 통화를 했다”고만 했을 뿐 대화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7년 5개월간의 이라크전에서 미군 4400여 명이 사망하고 3만 명이 부상했다. 또 전쟁비용으로 올해 말까지 약 75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와 함께 이라크인 역시 약 1만여 명 숨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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