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경선 ‘바람’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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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국민 70% 간 지지… 당심 장악 오자와와 격전 예고

일본 총리 경선에서 모처럼 한국 정당선거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람과 조직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9·14 민주당 대표경선에서 맞붙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싸움이 바로 그것. 간 총리는 여론의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당내 기반이 약하고, 오자와 전 간사장은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구(舊)정치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국민의 외면을 받지만 당 조직에서는 최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민심과 조직의 팽팽한 격돌이다.

28, 29일 일제히 실시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누가 총리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간 총리는 70% 이상의 지지를 얻은 반면에 오자와 전 간사장은 15% 안팎에 그쳤다. 이번에 총리가 바뀌면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여론도 50%를 넘었다. 그만큼 ‘오자와 총리’는 싫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당 대표는 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당원이 뽑기 때문에 민심과 당심이 다를 수 있다는 게 간 총리의 고민이다. 34만여 당원의 경우 여론과 비슷한 투표 성향을 보인다 하더라도 전체 개표에서의 비중이 국회의원 표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국민과 당원이 원하지 않는 인물이 당 핵심 조직을 장악해 대표가 된 후 곧바로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구조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민주당 국회의원 412명 가운데 자파 150명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그룹 60명, 하타 쓰토무(羽田孜) 전 총리 그룹 20명 등 외형상 의원 수로는 이미 과반을 확보했다.

양측의 선거전술도 여론과 조직의 대결이다. 간 총리 측은 지방을 돌며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는가 하면 TV 토론 프로그램에 적극 출연해 오자와 전 간사장의 돈 문제를 부각시키는 등 여론몰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당내 그룹 수장들과 연쇄 접촉한 데 이어 당의 최대 지원세력인 노조연합 ‘롄고(聯合)’의 지지를 호소하는 등 조직 다지기에 나섰다.

선거 후 당 분열사태를 우려해 극한 대결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는 간 총리가 반(反)오자와 노선을 포기하는 대신 오자와 전 간사장이 출마 의사를 접는 빅딜을 의미한다. 하지만 간 총리로선 오자와를 포용하면 지지세력이 등을 돌릴 게 뻔하고 오자와 전 간사장도 여론의 역풍을 각오하고 출사표를 낸 터라 스타일을 구기고 회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측은 31일 막판 타협을 위해 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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