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프간 전황 숨김없이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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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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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이라크 상황 악화일로철군 앞두고 美 여론 늪속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은 ‘물려받은’ 전쟁이다. 후보 시절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벌이고 있는 양대 전쟁의 책임 있는 종결을 약속했다. 아프간전쟁의 경우 내년 7월 철군 시작을 계획했고 이라크전쟁에서는 내년 말까지 전투 병력의 철군을 마무리한다고 했다. 하지만 15일 현재 아프간전에서 사망한 미군과 연합군이 2000명을 돌파하는 등 전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이라크 역시 극도의 혼란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미군의 완전철군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철군 전략을 지지해온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내년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 NYT “전략 혼선… 승리할지 의문” 직격탄 ▼
○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지 말라”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 경선 당시부터 명시적으로 오바마(사진)를 지지했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밀월관계를 유지하던 뉴욕타임스는 13일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통상 하루에 내는 3, 4개의 사설 대신 사설면 전체를 할애한 ‘통사설’에서 “미국인들은 아프간 전황과 관련해 대통령의 진솔한 발언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은 “많은 미국인들처럼 우리도 아프간전쟁의 전략에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과연 최소한의 성공조차 거둘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 파워 엘리트들 간의 아프간 전략과 관련한 내부적 갈등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미국의 조언과 요구를 무시하도록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도 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16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철군 시작 시점에 대해 “여전히 ‘현실적인’ 시점을 고려 중이며 (철군은) 일련의 과정이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다. 전황에 기반해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무경험자 힐에 이라크 대사 맡겨 혼란 가중” ▼

○ 무정부 상태로 빠져드는 이라크


14일(현지 시간) 크리스토퍼 힐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사진)는 16개월간의 활동을 마치고 미국으로 귀환했다. 직업 외교관인 힐 대사로서는 이날이 33년의 외교관 생활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날이기도 했다. 2005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겸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로 활동하면서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기도 했던 힐 대사는 북핵협상의 달인으로 불렸던 인물. 북한과의 협상이 교착될 때는 평양을 직접 방문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힐 대사는 이임에 앞서 바그다드에서 미국공영라디오(NPR)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임 기간 느꼈던 좌절감을 표시했다. 힐 대사는 이라크 연립정부 수립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떠나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여전히 매우 어려운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과의 협상을 스스로 즐긴다고 말했던 힐 대사였지만 이라크를 떠나면서는 “이곳에서 쉽다고 하는 문제는 사실 어려운 문제이고, 어렵다고 하는 일은 사실상 해결 불가능”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는 힐 대사의 이라크대사 임명을 ‘실패작’이라고 평가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경험이 전혀 없는 그를 가장 중요한 시기에 대사로 임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라크 상황을 더욱 혼란에 빠지게 했고 미국의 영향력도 약화시켰다”고 혹평했다.

새로운 이라크 대사로는 제임스 제프리 전 터키 대사가 부임한다. 힐 대사는 9월부터 콜로라도 주 덴버대 조지프 코벨 국제관계대학원장으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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