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두 편에 불난 佛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찰을 쏴라” 뮤직비디오에 “기자들 지겨워” 軍장교 막말도

동영상 두 편 때문에 프랑스 사회가 시끌시끌하다. ‘경찰을 쏘라’고 선동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든 흑인 래퍼와 아프리카 사진기자를 범죄인처럼 대한 군 장교가 사태의 발단이 됐다.

7월 말부터 인터넷 유튜브에 ‘압둘 X’라고 밝힌 한 흑인 청년 래퍼의 노래가 떠돌기 시작했다. 검은 모자를 쓴 이 청년은 손에 든 권총으로 화면을 겨누며 “경찰을 총으로 쏴라. 한 명을 조준했다면 절대 놓치지 말라”고 노래 부른다. 압둘 X는 또 “일 드 프랑스(파리를 둘러싼 외곽 지역)의 모든 경찰을 불태워라”고 말한다. 이 동영상은 TF1 방송이 보도한 뒤 폭발적인 관심을 불렀다. 경찰 노조는 “국가와 경찰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아무리 표현의 자유와 예술적 창작이 중요해도 그런 증오를 담은 모욕 행위는 합법적일 수 없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장관은 13일 압둘 X를 고소했다. 유튜브 측은 일단 문제의 동영상을 내렸다.

또 다른 동영상은 10일 아프리카 토고 수도 로메에서 촬영됐다. 한 프랑스 장교가 집회 현장을 촬영하던 흑인 사진기자에게 “너희 기자들 정말 지겨워. 너 지금 찍은 사진을 지우지 않으면 카메라를 빼앗길 줄 알아”라며 반말로 언성을 높였다. 장교는 이어 “나는 육군 참모장의 자문관이다”라고 과시했다. 사진기자가 장교에게 “당신의 말은 나보고 무기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나는 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 장교는 “감옥에 넣어”라고 대꾸했다.

이 동영상이 11일 유튜브 등에 올라 순식간에 조회수가 50만 건이 넘으며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12일 이 장교를 프랑스로 소환해 열흘간 막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연금조치를 취했다. 이 장교는 “기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말했으나 기자는 “사과가 진심인지 모르겠다. 고소할지를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