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오지마!” 11월 중간선거 앞둔 美민주당 의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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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지원유세에 “표 깎일라” 손사래
“랭걸 악재 불똥 튈라” 서로 거리두기도

11월 예정인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빨간등’이 켜진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찰스 랭걸 하원의원(민주·뉴욕) 등의 비윤리적인 행동이 중간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하면서 민주당 간판이 마뜩지 않은 표정이다. 당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일선 지역구에선 기피 인물로 찍혀 있는 형국이다. 2008년 대선과 함께 치른 의회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기피 대상이 된 것처럼 인기가 추락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도 같은 지경에 처한 것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1일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랭걸 의원과 맥신 워터스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의 윤리규정 위반에 대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라며 “이 사건은 (민주당과는 상관없는) 독립적이고 은밀한 사건이어서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랭걸 의원은 도미니카공화국 소재 휴양시설 임대료 수입을 재산공개 과정에서 누락한 이유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취임 때 전 공화당 의원들의 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펠로시 의장이 윤리위에 회부된 2명의 민주당 의원에 대해 “남의 일”이라며 거리두기를 선언한 것처럼 요즘 많은 민주당 의원도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당 지도부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기를 원하고 있다.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 나서는 민주당의 로이 반스 후보는 2일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애틀랜타 선거자금 모금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 상이군인을 격려하고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열었지만 정작 주지사 후보로 나선 반스는 행사장에서 100마일이나 떨어진 조지아 주 남부에서 따로 선거유세를 했다. 반스 후보의 선거 매니저인 크리스 카펜터 씨는 “이번 유세 계획은 대통령 방문 일정 훨씬 이전에 잡혀 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한 상황을 감안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최근 실시한 조지아 주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 지지도는 37%로 2008년 대선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대통령의 선거 지원 유세를 반기지 않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일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9명과 오찬을 하면서 “11월 중간선거 때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 심지어 가만히 있어 달라고 부탁해도 괜찮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분 지역구에 오지 말아 달라고 해도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참모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유세장에 직접 나타나지 않고 멀리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선거자금을 모으는 원거리 지원에 주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신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보다 인기가 좋은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가 적극적으로 선거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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