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로커비 앙금’ 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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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캐머런 정상회담… “팬암기 폭파범 석방은 잘못” 한목소리

영국의 자치정부인 스코틀랜드의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의 범인 석방을 둘러싸고 크게 냉각됐던 미국과 영국의 관계가 다시 예전의 끈끈한 동맹관계로 복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두 나라의 갈등 원인이었던 스코틀랜드 정부의 미 팬암기 폭파사건 범인 석방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 양국 정상은 미국인의 분노를 사고 있는 멕시코 만 원유유출 사고에 대해서도 영국 석유회사 BP가 모든 비용을 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회담하고 자연산 줄무늬농어 요리를 곁들인 오찬에 이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3시간을 함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보다 더 가까운 동맹이나 파트너는 없다”며 양국 간 공조를 강조했다. 지난해 9월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미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다섯 번이나 양자 회담을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캐머런 총리는 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발생한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의 범인 압델 바세트 알리 알 메그라히에 대한 스코틀랜드 정부의 석방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하는 데 동참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화답했다. 그는 “로커비 사건 범인 석방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면서도 영국의 입장을 감안해 이번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재조사는 요구하지 않았다.

캐머런 총리의 백악관 방문은 멕시코 만 원유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 석유회사 BP가 리비아에서 사업 보호를 위해 리비아 출신의 로커비 사건 범인 석방을 로비했다는 의혹이 미 상원에서 제기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고 8년째 복역 중인 범인을 암에 걸려 3개월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며 석방했으나 실제로는 수십 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커다란 분노를 촉발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국빈방문을 초청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뜻을 전달했으며 백악관은 이를 수락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로커비 사건(팬암 103기 폭파)::

1988년 12월 21일 스코틀랜드 남부 로커비 마을 상공에서 뉴욕행 팬암 103기가 폭발하면서 미국인 189명을 포함해 탑승객 259명 전원과 마을 주민 11명 등 270명이 사망한 사건. 1986년 4월 미국의 리비아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리비아가 첩보원 메그라히를 보내 팬암기를 폭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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