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메르켈 獨총리 모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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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시안 안내 등 대접 극진
양국, 에너지-환경 등 수십억 달러 합작사업

15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국 지도부의 극진한 환대를 받고 있다. 양국은 16일 환경 보호와 에너지 분야 등에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협력사업에 서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서명식에 앞서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을 포함해 다양한 국제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도 만나 회담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원 총리가 회담에 앞서 “1월 독일과 중국 양국은 공조로 국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로 약속했고 양국은 현재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 서 있다”며 “이번 메르켈 총리의 방중은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중국은 매우 탁월하게 금융위기를 극복했고 독일 등 수출형 국가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 아주 좋은 위기 극복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화답했다.

이날 양국 총리는 위안화 환율 절상과 유럽 금융위기, 기후변화 문제와 이란 핵문제를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합의사항 이행 문제 등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양국 총리는 환경보호와 에너지 등 분야에서 모두 합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10개 항목의 합작사업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 가운데는 투자액이 35억 달러에 이르는 독일 지멘스와 중국 상하이전기집단 간 스팀 및 가스터빈 연구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은 녹색성장과 에너지 절감,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목표로 선진기술을 보유한 독일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도 주요 경제부처 장관과 에너지 자동차 금융 분야의 최고경영자들을 대거 대동해 중국 측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원 총리는 17일 메르켈 총리와 함께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을 가서 진시황 병마용 등을 관람할 예정이다. 이날은 메르켈 총리의 56세 생일이기도 하다. 구쥔리(顧俊禮) 중국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 전문가는 “중국 지도자가 방중한 독일 총리를 안내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며 “원 총리가 메르켈 총리를 안내해 시안에 가는 것은 중국이 양국 관계와 메르켈 총리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05년 총리 취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2007년 중국의 반대에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바람에 양국 관계가 한때 삐걱대기도 했다. 그는 방중 때마다 인권 등을 거론해 중국을 불편하게 해왔으나 이번 방문은 대부분 경제 중심이다. 독일의 지난해 수출은 18%나 감소했으나 대중국 수출은 오히려 7%가량 늘었고 양국 무역액은 1057억3000만 달러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한편 독일 DPA통신은 양국이 메르켈 총리의 방중 기간에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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