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불법대선자금 의혹 일파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檢, 로레알 대주주 자택 압수수색
사르코지 “돈 벌려면 정치 안했다”

프랑스 경찰이 12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대주주 릴리안 베탕쿠르 씨(87)의 자택과 사무실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경찰은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에 있는 베탕쿠르 씨의 호화 주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베탕쿠르 씨의 딸이 고령의 어머니를 이용해 수백만 달러를 벌었다고 고소한 사진작가 프랑수아마리 바니에 씨의 파리 아파트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공영 채널인 ‘프랑스2’ TV의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는 “프랑스는 불법 정치자금이 오가는 부패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만약 내가 돈을 버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나라에 봉사하는 정치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 스캔들이 불거진 점을 들어 “정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중상모략”이라고 비판했다.

또 2007년 대선 당시 베탕쿠르 씨 측으로부터 15만 유로(약 2억3000만 원)의 정치자금을 현금으로 수수한 당사자로 지목된 에리크 뵈르트 노동장관에 대해서는 “모든 혐의가 풀린 그를 낙마시킬 이유가 없다”면서 변함없는 신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가 주무장관으로 추진 중인 연금개혁을 중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그러나 대통령의 신임과는 상관없이 여론조사기관 LH2 조사 결과 뵈르트 장관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28%에 불과했다.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수는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의 TV 연설에 대해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여기에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13일 “대통령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의 자선단체도 베탕쿠르 씨에게서 거액의 자금을 기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사르코지 정부는 현재 노동계와 야당 측의 거센 반발 속에서 재정난에 직면한 연금 시스템을 구제하기 위해 퇴직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62세로 높이는 연금개혁안을 13일 각료회의에서 의결한 뒤 9월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