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대란… 최소 1조6600억원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수출-관광-물류 큰 타격…철도-버스업계는 반사이익
“화산활동 몇달 이어질수도”

아이슬란드의 에이야D랴외퀼 화산 폭발에 따른 유럽의 항공 대란이 18일 나흘째 이어지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날 거행된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내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했던 외국 정상이 대거 불참했다. 항공업계는 물론이고 관광, 물류 등 관련 업계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 국제행사 타격 불가피

이날 오후 폴란드 남부 크라쿠프에서 열린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의 장례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외국 정상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크라쿠프는 물론이고 인근 공항까지 모두 폐쇄돼 하늘길을 이용한 접근이 불가능해지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찰스 영국 왕세자,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정운찬 국무총리 등 각국 지도자들이 참석하지 못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반면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 등은 악조건 속에서도 장례식에 참석해 유족과 폴란드 정부에 조의를 표했다.

또 16∼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에도 항공기 운항 취소의 여파로 중국 일본 러시아 파키스탄 베트남 등의 대표가 모두 불참했다. 19, 20일 스페인 그라나다와 마드리드에서 열릴 예정인 EU 통신장관 회담, 스포츠장관 회담 등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다음 주에도 혼란 이어질 듯

2001년 9·11테러 직후의 상황을 능가하는 항공 대란이 이어지면서 유럽 경제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AFP통신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항공업계가 하루 2억 달러의 피해를 보는 등 이번 항공 대란으로 인한 유럽 전체 피해액은 15억 달러(약 1조6600억 원)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EU는 19일 긴급 교통장관 화상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항공 대란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특별평가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국 운송업체인 페덱스는 15일 이후 100여 편의 자사 화물기가 운항이 취소되거나 회항했다고 밝혔다. 유럽 최대 여행업체인 TUI트래블은 18일까지 모든 여행을 취소했다. 또 항공기 운송이 필수인 식료품 등 변질하기 쉬운 물품과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물류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항공 대란은 다음 주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아일랜드 등은 19일에도 공항을 전면 또는 일부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기상청은 “화산재를 아이슬란드에서 러시아 방향으로 옮기는 바람이 다음 주 중반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상정보 전문업체인 어큐웨더는 “20, 21일 화산재 구름이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뭉치면서 항공기 운항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네덜란드 KLM항공이 17일 유럽 상공에서 시험비행을 한 결과 안전을 위협할 특이 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곧 운항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